국내 PC업계가 노트북컴퓨터를 수출전략상품으로 육성하고 있으나 기대에
못미쳐 애태우고 있다.

안정성 기능등 품질면에서 대만산보다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으면서도
수출시장에서의 격차는 갈수록 커져 고뇌에 빠져 있다.

국내업체들은 핵심부품을 대부분 국내 생산하고 있어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서도 그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생산실적부터 경쟁국과 비교가 안될 정도다.

국내PC업체 가운데 독자모델을 생산하는 회사는 4~5개.

이들 업체의 지난해 생산량은 줄잡아 20만대였다.

이가운데 수출물량은 7만대정도에 불과하다.

지난해 1천1백70만대였던 세계 노트북컴퓨터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에도 못미친다.

대만의 경우 노트북컴퓨터 생산업체만도 10개가 넘는다.

이들 업체가 지난해 생산한 제품은 3백만대.

올해는 4백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이들은 노트북컴퓨터 하나로 연간 50억~60억달러를 벌어들이는 셈이다.

"대만업계는 최근 값싼 제품위주의 라인업을 탈피해 고기능제품의 개발에
적극 나섰으며 업체별로 생산품목을 전문화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최근 대만업계를 둘러본 삼성전자의 조성현이사는 대만 컴퓨터업계에
"노트북 붐"이 일고있다고 전했다.

고부가가치의 핵심부품을 모두 해외에서 조달해야 하는 불리한 여건속에서도
노트북시장이 급성장한데 따른 과실을 최대한 누리고 있는 것.

반면 한국은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CD롬드라이브 D램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등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이같은 원인으로 무엇보다 전문인력부족을 꼽고 있다.

삼성전자 대우통신등 노트북컴퓨터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업체들이
확보하고 있는 개발인력은 각각 40~70명선.

업계를 통틀어도 2백여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인력이 통신기기와 서비스분야로 이탈,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대만의 경우는 판이하게 다르다.

"대만의 중위권 업체에서 회로부문 개발인력만도 90명에 이르는 것을 보고
놀랐다"(김종호 대우통신 노트북PC개발실장)

"우수인력을 유치하고 개발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스톡옵션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어 활기가 넘친다"(조성현 삼성전자이사)

개발인력부족은 경쟁력있는 다양한 모델의 부재현상을 빚어 바이어들에게
매력적인 구매선이 못되고 있는 것이다.

핵심부품을 대부분 생산, 부품자급률이 70%를 넘으면서도 대만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풀어야할 수수께끼다.

업계관계자들은 국산 노트북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선 규모의
경제효과를 누릴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선 경쟁력있는 모델개발과 부품조달력을 키우는 일이 시급하다.

삼보컴퓨터의 문관식 포터블마케팅팀장은 국내업체들간의 역할분담과 공동
구매등 특단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핵심부품업체와 세트메이커간의 협력은 물론 부품업체를 공동으로 육성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것이라고 지적한다.

대만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수 있는 것도 부품의 공동구매전략으로 구매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수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만이 정부차원에서 대대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데 대항해 업계차원의
전략마련이 시급하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이다.

국내 PC업체들은 생산설비의 확충을 서둘러 올 연말께면 경쟁력을 갖출수
있는 규모를 확보하게될 전망이다.

업계관계자들은 모델의 다양화가 이뤄지고 생산설비도 확충될 올 하반기부터
수출시장을 본격 공략할수 있는 여건이 갖춰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개발인력 부족->다양한 모델부족->수출부진->투자의욕상실->가격
경쟁력저하의 악순환 고리를 어떻게 끊어버리느냐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급한게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이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적극적인 투자와 넓은 해외시장을 겨냥해 업계가
협력하는 길이 모색되어야 할것이다.

< 김수섭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