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한보국정조사특위는 21일 국회에서 한보 정태수 총회장의
운전기사 임상래씨와 박경식 G클리닉원장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청문회를
속개할 예정이었으나 임씨가 출석하지 않아 오전회의를 하지 못하는 등
지난 7일 청문회 시작이래 첫 공전사태를 기록.

의원들은 오전10시 청문회 개의시간까지 임씨가 끝내 나타나지 않자
송보규 전문위원으로부터 그동안의 경과보고를 듣고 오전 청문회를 생략한채
임씨를 출석시키기 위한 동행명령장 발부및 검찰고발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

<>.이날 오후 증인으로 채택된 박원장은 청문회가 시작되기 직전 특위
사무실에 나타나 다소 긴장한 듯 "출연료는 주느냐"며 애써 여유를 과시.

국회직원이 "교통비로 1만원을 준다"고 하자 박원장은 "그것밖에 안줘요.
기부하고 가야겠다"고 대꾸.

그러나 박원장은 "김현철씨로부터 연락을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침묵.

박원장은 또 청문회가 시작된뒤 현경대위원장이 "공개해도 좋겠느냐"고
묻자 지금까지 출석한 증인들과는 달리 "필요에 따라 하겠다"고 답변, 이날
증인이 의원들을 압도하는 청문회를 예고.

<>.여야의원들은 박원장에 대한 자민련 이상만의원의 첫 신문이 끝난뒤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시각차를 노출하며 초반부터 날카롭게 대립.

여당의원들은 박원장의 증언이 위험수위를 넘나든다고 판단한 듯
"국회의원은 면책특권이 있지만 증인은 없다. 명예훼손적 발언이나 위증의
경우에는 처벌받을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반면 야당의원들은
박원장의 증언에 고무된 듯 일제히 "증인에게는 증언자유가 있다"며 박원장
을 옹호.

<>.이날 청문회에서 여야의원들은 박원장에게 기선을 제압당한채 핵심적인
답변을 유도해 내기보다는 망신당하지 않으려는데 더 주력했다는 지적.

박원장은 의원들을 향해 "개인적인 문제만 지적하지 말고 핵심을 짚어라"
"내가 장관, 의원보다 못한 것이 무엇이냐" "직언하는게 배신이냐" "왜
반말을 하느냐" "여러번 얘기했지 않았느냐" "시시한 사람들하고는 상대
안한다" "서울시부시장이 대단한 자리냐"고 계속 호통을 쳐 주객이 전도된
느낌.

박원장은 신한국당 박주천의원이 "불순한 의도로 경실련을 접촉한 것
아니냐"고 묻자 "국정전반, 나라가 잘못된 것만 물어라"고 훈계성 반박을
서슴지 않아 박의원이 진땀을 흘리는 등 촌극을 연출.

특히 현위원장이 보충질의가 시작되기전 박원장에게 "식사를 하고 계속
하겠느냐"고 묻자 박원장은 "식사는 하지 말고 5분정도 쉬었다 하자"고
수정제의해 회의진행을 사실상 주도.

< 허귀식.김태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