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에 대한 화두가 바뀌었다.

연초까지만 해도 "언제까지 얼마나 더 오를 것인가"가 초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언제까지 얼마나 더 떨어질 것인가"하는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작년 6월께부터 상승세로 돌아서 천정부지로 치솟던 국제유가가 올 1월을
고비로 다시 하락세로 반전됐으며 지금까지 3개월여동안 내림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산 원유의 기준유종인 두바이유의 현물가격은 현재 배럴당 16달러선으로
올들어 가장 높았던 지난 1월초의 22.96달러에 비해 무려 7달러(30%)나
떨어졌다.

WTI(미국 서부텍사스 중질유)도 26달러에서 19달러대로 7달러가량 하락했다.

국제유가의 이같은 하락세 반전은 북반구의 혹한기가 일찍 끝나 난방용
수요가 크게 줄어든데다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늘려 공급이 크게 확대된 때문
으로 풀이된다.

그런 점에서 국제유가의 하락세는 적어도 2.4분기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국석유개발공사와 국내선물업계 관계자들은 국제원유시장의 수급상황으로
볼때 최소한 1~2달러는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두바이유의 경우엔 심리적 마지노선인 배럴당 15달러선이 깨질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제유가를 선도하는 WTI도 17달러선까지 미끄러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이들은 전망한다.

유가가 더 하락할 것이란 분석은 수급동향에 근거한다.

유개공에 따르면 현재 세계원유공급량은 하루 평균 7천4백40만배럴로 수요에
비해 20만배럴 가량 많다.

게다가 석유 비수기로 접어들어 공급과잉 현상은 앞으로 더 심화되면 심화
됐지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베네수엘라 등 일부 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들의 생산량이 할당량을
웃돌고 있는데다 계절적으로 영국 노르웨이 등 해저유전을 보유하고 있는
비OPEC 국가들의 생산이 늘어나는 시기여서 공급 확대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유엔의 금수해제로 이라크산 원유가 올 6월까지 국제시장에
나오게 돼 있는 점도 공급초과에 일조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UN은 이라크에 대해 지난해 말부터 6개월간 총 20억달러어치의 원유를
수출할수 있도록 허용했다.

수출한도가 금액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유가가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이라크의 원유수출 물량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앞으로 2~3개월간 세계의 공급초과량이 하루 평균 최대 2백만배럴
까지 확대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휴가철인 여름이 되면 세계적으로 휘발유 소비가 늘고
오는 6월에 열리는 OPEC 총회에서 산유량 억제조치가 나올 것이라고 지적
하면서 3.4분기에는 유가가 하락세를 멈추고 완만한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 이정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