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은 태양의 중심이 춘분점에 와있어 태양이 적도위를 똑바로 부추고
있는 날이다.

춘분점은 태양이 남쪽에서 북쪽을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점이다.

이때 지구상에서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

대략 음력 2월10일, 양력 3월20일이 된다.

춘분 무렵에는 동짓달처럴 매섭고 차가운 바람이 많이 분다.

이것을 화투연바람, 꽃샘바람이라고 부른다.

이는 풍신이 샘이 나서 꽃을 피우지 못하게 찬 바람을 불게 하기 때문
이란다.

그래서 "2월 바람에 큰 독이 깨진다"거나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속담이 잇다.

이때 어부들은 고기잡이를 나가지 않고 먼 바다로 나가는 배도 타지
않는다.

꽃샘바람속에서도 사람들은 봄맞이 준비에 일손이 바빠진다.

춘분을 전후하여 철 이른 화초의 씨를 뿌리는가 하면 화단의 흙을 일구어
얼마 남지 않은 식목일에 갖가지 화초씨를 뿌릴 준비를 한다.

또한 농가에서는 농사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농사의 시작인 초경, 즉 초벌 논받갈이를 한다.

초경을 엄숙하게 행하여야만 한해를 걱정없이 풍족하게 지낼수 있다고
믿는 습속이 있었다.

조선조 정조때의 실학자였던 유득공이 저술한 "경도잡지에 나오는 춘분
세시풍속도 가지가지다.

경기도의 산간지방인 육읍에서는 움파 멧갓 승검초등을 궁궐에 진상했다.

멧갓은 눈이 녹는 이른 봄에 산속에서 야생으로 자라는 나무새다.

더운 물에 데쳐 초장에 무쳐 먹으면 아주 매운 맛이 난다.

그래서 그것을 육식을 할 때 겯들여 먹게되면 뒷맛이 좋다.

승검초는 움에서 기른 당귀의 싹이다.

은비녀같이 깨끗한 이 싹을 다리에 꿀을 발라 먹으면 맛이 더욱 좋다.

이날 궁권에서는 젊은 문신들에게 춘첩자를 지어 올리게 해 채점을 한뒤
그 가운데 뛰어난 글귀를 뽑아 내전의 기둥과 단간에 써붙였다.

설날의 연상시나 단오첩도 모두 이를 따른 것이었다.

한편 사대부가에서는 춘첩자를 새로 짓거나 고인의 좋은 글귀를 골라
써붙였다.

이들 세세풍속이 사라진 가운데 찾아든 춘분이지만 쌀쌀한 꽃샘바람만은
예나 다름이 없는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