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면한 정치.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권내 차기주자들의
대권행보가 자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음에도 불구, 신한국당내의
대권주자들은 이미지 제고를 위한 "외부특강"이나 경선에 대비한 원내외
인사 접촉확대 등의 전략을 극대화 하고 있다.

이회창 대표는 19일 오전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 카네기클럽초청 특강"에
나가 여권핵심부의 한보사태처리 방법이 당초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등
나름의 "차별화 전략"을 구사했다.

이대표는 "특정 기업에 대한 제철사업 인허가 과정 등 본체에 대한 조사없이
검찰수사부터 하는 바람에 오히려 의혹과 불신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현재 한보문제에 대해 재경원측에서 조사하고 있다"면서 "국정
조사특위에서도 이같은 문제들이 다뤄질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대표는 당내 기반확대전략은 대표로서 각종 회의를 주재하는 등 당분간은
당직자들과의 접촉 강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종 상임고문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려 할 경우 외국금융기관들이 아프리카국가들과 비슷한 "리보"
보다 30%나 높은 금리를 제시하고 있을 정도"라며 경제회생에 국력을 총결집
해야할 때라고 강조.

박고문은 당내 일부의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오는 21일 서울중심지인 명동
에서 "기업에게는 소비재 수입억제를, 시민들에게는 수입품 사용억제"를
호소하는 켐페인을 전개할 예정이다.

박고문은 "한보청문회에만 매달려 있을수만 없다"면서 "정부 기업 민.관
연구단체 인사들을 대거 참석시켜 경제회생 종합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경제회생 청문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김덕룡 의원도 이날 강연행보를 속개했다.

김의원은 힐튼호텔에서 열린 도산 아카데미 초청 특강에서 "김현철씨로
하여금 인사에 개입하게 충동질 한 사람이 누구냐"고 반문하며 그동안 김씨를
싸고돈 주변세력을 강력히 비판했다.

김의원은 "문민정부들어 김씨 주변으로 구름처럼 몰려드는 많은 사람을
봤다"며 "권력을 탐하는 정치인, 집요하게 다가오는 관료,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인들 때문에 사회경험이 부족한 김씨가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돌을 맞아야할 사람이 어찌 김씨 한사람이겠느냐"며 "우리 모두가
세태에 대해 반성하는 기회를 가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화세력"으로 거듭나 정권재창출을 해야한다는 민주계의 정서와 맥이
닿는 발언이라고 볼수 있다.

이한동 고문은 이날 눈에 띄는 외부활동은 하지 않은채 몇몇 언론의 인터뷰
등에 응했다.

그는 염곡동 자택을 찾은 인사들에게 "임명직" 대표에게 대세몰이를 해주고
있는 듯한 한 중진의원을 겨냥,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는 전언이다.

<박정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