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환경산업이 첨단산업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최근에는 환경기준과 무역을 연계시키려는 이른바 그린라운드(GR)의
물결이 거세지고 있다.

이같은 흐름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유럽의 선진국가들.

이들은 오는 2000년에 세계 환경시장규모가 6천억달러로 팽창할 것으로
보고 환경산업을 21세기 수출전략산업으로 키워나가고 있다.

프랑스도 그중 하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비롯 각종 환경관련기관들은 세제감면 등
각종 환경산업 지원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프랑스 환경업체들은 이같은 지원에 힘입어 환경상품 및 환경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기초과학을 바탕으로 한 첨단기술을 무기로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아시아시장을 중점 개척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아시아를 겨냥하고 있는 대표적인 프랑스 환경기업들은 방문 취재,
수질 및 폐기물처리업체들을 중심으로 그 현주소를 짚어본다.

[[ 사르프 ]]

파리에서 차를 타고 서북쪽으로 50km 정도 달리면 광활한 평야 한복판에
자리잡은 공장지대가 나온다.

그가운데서 깔끔한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는 아담한 공장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유럽 최대의 산업폐기물처리회사인 사르프인더스트리의 리메공장이다.

이곳에서는 우선 폐기물처리의뢰업체로부터 폐기물의 샘플을 받아
처리가능한지 여부를 심사한다.

주요 처리대상은 독성이 강한 화학폐기물, 대형 산업쓰레기, 재활용처리후
남는 불순물등.

생체성 폐기물은 소각하고 바닥처리재등 광물성 폐기물은 물리.화학적
방법으로 처리한다.

이 과정에서 기름 건전지 이온교환수지 용해제등을 재생하고 최종
잔여물은 테스트센터인 "C3S"에서 안정화처리를 위한 실험을 거친후
폐기물적재소로 옮겨진다.

소피에 베르디에르 부공장장은 "산업쓰레기의 종류가 워낙 광범위한데다
과학발전으로 새로운 폐기물이 쉴새없이 생겨나기때문에 각각의 특성에 맞게
처리하는데는 기술과 운영노하우의 적절한 조화가 관건"이라고 설명한다.

사르프인더스트리가 내세우는 것은 신규업체가 최소한 20년은 걸려야
터득할수 있는 운영노하우와 설계 감리기법.

프랑스의 연간 폐기물처리량(80만t)의 60%이상을 이 회사가 도맡아
소화해내는 근거다.

[[ 코제마 ]]

파리에서 완행기차에 몸을 싣고 세시간만에 다다른 종착역 셸부르.

영화 "셸부르의 우산"의 본고장이다.

금방이라도 빗물이 떨어질듯 안개로 자욱한 이곳 중심가를 벗어나 차로
30분쯤 남쪽으로 달리면 평화로운 대지위에 우뚝 선 초현대식 공장이 시야에
들어온다.

바로 세계최대의 사용후 연료(핵폐기물)재처리회사인 코제마의
라아그공장이다.

원자로풀에서 1년간 냉각시킨 사용후 연료는 특수컨테이너에 담겨져
이곳으로 수송된다.

반입된 사용후 연료는 즉각 재활용할수 있는 우라늄과 플루토늄(전체의
97%), 영구폐기되는 최종 잔여물(3%)로 분리 추출되는 과정에 들어간다.

이과정에서 농축된 질산우라늄과 방수 방습처리된 플루토늄은 재활용을
위해 전력회사로 보내진다.

최종 잔여물에 대해서는 최소부피로 압축시킨후 안전하게 비활성화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경수로에서 재활용된 플루토늄 1g은 화력발전소에서 1t의 석유를 사용해
얻을수 있는 발전량과 맞먹는 전기를 생산해낸다.

라아그공장에선 이처럼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재생산해 에너지를 절약하고
최종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해 환경을 보호한다.

프랑스에서 핵발전으로 충당하는 에너지는 전체 수요의 75%.

55개의 국내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사용후 연료의 재처리는 전량 코제마의
몫이다.

일본 독일 스위스 벨기에 네덜란드에서 매출의 절반을 올린다.

[[ 롱프랑 ]]

환경기업이라기보다는 세계 7대 제약.

화학그룹으로 더 잘 알려진 롱프랑.

그러나 이 회사의 환경사업에 대한 애착은 강하다.

"기술혁신을 통한 생명체보호"를 모토로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성장해온 까닭이다.

이런 노력의 결실중 하나가 중금속을 염의 형태로 착화합물화하는데
이상적인 "시멘트킬른"방식을 이용한 산업쓰레기 소각시설이다.

파리에서 2백km 떨어진 바르렌공장.

이곳에선 용광로에서 시멘트를 생산하면서 폐기물을 소각처리하므로 특수
소각로를 제작할 필요가 없다.

주요 소각대상은 기름 잉크등 유성폐기물과 솔벤트 광유 페인트등
고열량 폐기물등.

소각로에 의한 처리시설에 비해 소각비용은 10분의 1에 불과하다.

또 시멘트킬른내부의 온도가 극히 높아 중독성물질은 물론 재도 남지않을
만큼 쓰레기가 완전 연소된다.

소각과정에서 생기는 열은 시멘트생산의 에너지원으로 활용할수 있다.

결국 쓰레기를 완전소각처리해 환경을 보호하고 소각과정의 열을
대체연료로 사용해 에너지를 절약하는 셈이다.

한국의 경우 환경부는 앞으로 매립처리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대체에너지를
활용할수 있는 소각처리방식으로 폐기물정책을 이끌어나간다는 방침.

이에 대해 롱프랑의 필리 솅 아시아담당책임자는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시장"이라며 "오랜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한국의 환경
계획에 전적으로 부합하는 환경기술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 파리=김지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