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에서 부동산투기는 잊을만 하면 다시 나타나는 망령과 같다.

자원배분을 비효율적으로 왜곡시키고 극소수 계층에 부의 편중을
심화시키는 부동산 투기는 마땅히 뿌리뽑혀야 한다.

그러나 지난 몇년동안의 집값안정에도 불구하고 70년대 후반및 80년대
후반에 있었던 부동산가격폭등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으리라고 아무도
장담할수 없는 실정이다.

지난 20일 건설교통부를 비롯한 관계부처및 유관기관들이 모여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을 서둘러 마련한 배경도 부동산투기 재발가능성에
대한 뿌리깊은 위기의식 때문이다.

비록 금융실명제시행및 부동산 명의신탁금지로 투기단속이 제도적으로
보완됐고 불황과 거액의 국제수지적자로 대규모 투기발생은 없으리라고
기대하면서도 지난해의 전세값폭등에 이은 최근의 집값불안은 낙관할수
없는 상황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부동산투기근절이 어려울수록, 그리고 연말에 있을 대통령선거를
비롯해 올해 투기재발가능성이 높을수록 투기단속위주의 임기응변식
부동산대책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지울수 없다.

이번 부동산대책의 주요내용도 토지거래 허가구역의 추가지정 등
투기단속강화및 수도권지역의 주택 택지공급 확대로 요약될수 있으며
특별히 지금까지와 다른 내용은 없다.

심지어 관계당국은 지난 93년이후 땅값안정을 이유로 부과하지 않았던
토지초과이득세까지 다시 부과하기로 함으로써 단호한 투기단속의지를
과시했다.

하지만 미실현 소득에 대한 과세의 적정여부에 대한 법리논쟁이나
지난 94년7월 헌법불일치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토초세부과가 얼마나 투기억제에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과거에도 투기조짐이 있을 때마다 투기단속반이 가동됐고 중과세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효과는 그때 뿐이었거나 사후약방문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국은 이제부터라도 투기단속이라는 대증요법 뿐만아니라
물가안정, 금융상품과 같은 대체투자대상의 개발, 과표현실화와 세율조정
등의 근본대책에 힘써야 한다.

이번 대책대로 수도권지역에 대한 주택 택지공급확대와 토초세부과로
인해 부동산투기에 따른 기대이익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몰려 사는 수도권지역에 주택 택지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의 개선이 없는한 투기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공급확대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5%의 소수계층이 가용토지의 50%를 과점하고 있는 구조적인
모순이 계속되는데 일시적인 투기단속으로 부동산투기의 악몽을 완전히
벗어날수는 없다.

물론 이같은 문제를 단시일에 해소할수는 없다.

그러나 구조적인 문제개선에는 접근하지 못한채 상투적인 투기단속에만
매달리는 관계당국의 부동산대책이 되풀이되는 동안 주기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불러오는 근본원인을 해소할 기회가 영영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떨칠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