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개정이 한국에서 큰 이슈중 하나로 떠올랐다.

이에따라 3금(복수노조금지 제3자개입금지 노조정치활동금지) 3제
(변형근로제 근로자파견제 정리해고제) 등 노동관계법 조항들이 언론을
통해 전달되면서 노동법에 대한 여론의 관심도 고조됐다.

최근의 노동법 개정작업을 계기로 선진국의 노동법및 제도, 그리고 그들의
노사문화를 살펴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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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

미국의 노사관계가 안정적인 국면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그동안 수많은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노동제도및
규범이 확립됐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Fair Labor Standard Act)등 미국의 노동관계법은 "사용자의
경영권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근로자들의 이익과 권리를 보호하자"는 기본
취지 아래 노사간 "형평"을 강조하는 것을 중요시 하고 있다.

이러한 취지아래 미노동관계법은 근로자들의 권리를 위한 노동조합의
설립을 무제한 허용(복수노조허용)한다.

단체교섭권은 "대표성"을 가져야만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각각의 노동조합이 모든 근로자들의 의사를 대변하지는 않기 때문에
단체교섭권은 반드시 전근로자의 과반수 이상이 참여해야만 주어진다.

대표성이 없으면 교섭권도 없다는 논리다.

또 공무원의 경우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허용하고 있으나 업무특성상
단체행동권만은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미연방공무원들은 이러한 행동제약 때문에 임금협상등이 원만히 진행되지
않을때 미연방노사관계위원회(FLRA)에 알선조정을 신청해 자신들을 보호하고
있다.

근로자해고는 사용자의 고유한 경영권으로 간주해 정상적인 절차를
밟는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따라서 기업이 불황으로 경영난에 봉착할 경우 종업원들을 대량 해고할 수
있다.

최근 수년간 AT&T사를 비롯 IBM, 크라이슬러 등 미국내 대기업들이
종업원들을 대대적으로 해고한 것은 바로 이러한 제도가 정착됐기 때문이다.

근무시간은 주당 40시간의 기본근로시간을 토대로 변형시간근로제나 탄력
근무제등을 신축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또 노조의 정치활동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근로자들의 의사에 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조합원들이
복지개선이나 이익대변을 위해 낸 조합비는 정치활동에 직접 사용할 수
없도록 철저히 규제하고 있다.

[[[ 일본 ]]]

일본의 노동법은 명문화된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선진화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복수노조 노조정치활동 제3자개입에 대한 제한규정이 없다.

실제로 복수노조가 허용되고 노조는 공공연히 정치활동을 벌인다.

제3자개입도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변형근로시간제 근로자파견제 정리해고제등에 관해서는 법적체계가
갖추어져 있다.

노동기준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변형근로시간제에 따라 기업은 비교적
자유스럽게 근로시간을 신축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근로자파견제도는 오래전부터 인정됐으며 상당히 정착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기업은 종업원을 정식사원과 파견사원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와함께 기업이 파견사원제도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인재파견이 가능한
업종을 엄밀히 규정하고 있다.

인재파견이 가능한 업종은 <>전자계산기 타이프라이터 텔렉스 사용업무
<>통역 번역 속기 <>신상품 개발을 위한 시장조사원 <>여행안내원 <>청소원
<>운전사와 정비사 <>건축물및 전람회장 접수창구원과 안내원등 모두 15개
업종이다.

정리해고제는 대법원의 판례로 확립돼 있다.

사법부는 그동안 판례를 통해 기업이 종업원을 해고하지 않으면 안될
중대한 경영상 이유가 있고 이를 회피하려는 조치를 했음에도 불가피하게
인원을 정리할 필요가 생겼을 때에 한해 노조및 노조대표에게 사전 설명을
하고 단체교섭에서 충분히 협의하면 정리해고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밖에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에 대해서는 부당 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즉 사용자가 노조에 자금을 지원하면 결과적으로 노조가 독립적이고 당당
하게 교섭에 임할수 없다는 논리다.

[[[ 독일 ]]]

독일의 노사관계는 서유럽 최강의 노조이면서 파업횟수는 최소인 얼핏보면
모순된 특징을 갖고 있다.

기업별 노조가 아닌 산별노조의 형태를 띠고 있는 독일에서는 16개 산별
노조아래 1,000여만명의 조합원이 있다.

그러나 이같은 거대 노동조합의 막강한 힘이 파업이라는 물리력으로
나타나는 일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드문 편이다.

이것은 노사간의 갈등을 사전에 완화하고 조정할 수 있는 법률적 토대가
갖춰졌기 때문이다.

정부를 매개로 한 노사간의 공동결정제도가 정착돼 있다.

각 기업에는 산별노조와 별도로 "노동자평의회"라는 종업원 대표기구가
설치돼 있다.

독일상법에 따르면 주주총회는 이사회가 아닌 감사회를 선임하고 감사회가
이사회를 통제하는 이원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또 평의회는 감사회의 절반을 선임하고 이사회에도 대표를 파견한다.

노동자평의회 회원 대부분이 노조원이기 때문에 노조와 평의회는 상호
보완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이처럼 경영과 인사의 상당한 부분에서 사용자와 고용자가 대등하게 문제를
처리하기 때문에 파업이라는 극한대립까지 이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기업이 정리해고를 할 경우 노동자측이 이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보상
대책은 노동자평의회와의 합의로 결정된다.

합의가 어려울때는 노.사 동수와 중립적 위원장으로 구성되는 조정위원회가
감원대책에 관한 최종 결정을 내린다.

산별노조와 산별경영자협회간에 포괄적으로 이뤄지는 단체.임금협상이
결렬돼 파업에 이를 때도 있으나 정부가 중립적 입장에서 중재자 역할을
맡는 경우가 훨씬 많다.

[[[ 프랑스 ]]]

프랑스는 "노동자의 천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노동법이 노조의 권익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헌법에서도 "권익보호를 위한 집회 결사의 자유"가 명시돼 있다.

최근 트럭운전사들의 파업에서 볼수 있듯이 노조의 집단행동 위력은
초정부적이라고도 할 만큼 위력적이다.

파업노동자들이 타노동자들의 노동을 방해하거나 공공시설을 점거하는 것은
관련법상 엄연히 금지돼 있으나 파업 노동자들의 과격한 실력행사에는
이같은 법규정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프랑스에서 노조의 권한은 거의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50인이상 업체의 경우 노조활동에 각종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공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들은 주요 정책을 결정하기전에 노조와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나아가 실업보험기금을 비롯한 주요 사회보장적 성격의 기금들이 노조에
의해 운용되고 있다.

제3자개입과 복수노조는 물론 허용된다.

프랑스 정부는 악화되고 있는 실업을 완화하기 위해 노동관계법을 일부
개정하려고 하고 있으나 노조와 사회당의 완강한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 프랑스내 각종 노동분규를 놓고 유럽의 다른 나라조차 "프랑스에
대처(전영국총리)가 필요하다"고 말할 정도다.

< 장진모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