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인 믿음과 실천의 괴리에서 오는 정의롭지 못한 행위 때문에
사회가 불편하고 불안해집니다.

천주교신자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인이 믿는대로 실천하도록
노력해야지요"

정진석 주교 (천주교 청주교구장.65)가 17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서 임기 3년의 신임 의장에 선임됐다.

전임 이문희 주교의 뒤를 이어 주교회의를 이끌게 된 정주교는 18일
오전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취임소감 및
포부를 밝혔다.

"주교회의는 협의체 성격이 짙은 만큼 의장 또한 대단한 권한을
지닌다기보다 상징적 성격이 짙습니다.

그런데도 의장에 선임되니 앞으로 행동을 더욱 조심해야겠구나 싶습니다"

정주교는 최근 천주교의 사회적 역할이 다소 주춤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며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지 않을 뿐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의 원인을
찾아 치유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각종 사회문제가 생명경시풍조에서 비롯되는 만큼 건강한 가족상을
재정립하고, 1년에 150만건씩 자행되는 낙태를 척결하는데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정주교는 또 "대형교회의 경우 미사참여가 아니라 미사구경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만큼 문제가 적지 않다"며 "주교회의가 나서서
성직자와 신자간에 인간적인 대화가 가능한 교회를 만드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가톨릭대 신학부를 졸업한 61년 사제서품을 받은 정주교는 천주교
중앙협의회 총무 서울대 교구대주교비서를 거쳐 70년 주교서품을 받은 후
청주교구장으로 재임해왔다.

한편 이번 추계 주교회의에서는 2000년 대희년을 위한 공동 사목교서
발간, 새 미사통상문 사용시기 (올 12월1일) 등의 안건이 의결됐다.

< 김수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