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맑고 풍부한 수자원의 혜택을 누려왔다.

그래서 대동강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얘기가 우스개소리로 전해
오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제성장이 본격화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환경보호는 배부른 소리라는 잘못된 생각때문에 금수강산이라고
자랑하던 우리국토는 철저하게 오염됐고 한때는 문명혜택의 상징이었던
수돗물이 외면당하고 먹는 물을 사먹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하루걸러 오존경보가 걸릴 정도로 우리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는 처지인데도 이렇다할 정부대책이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정부에서도 안되겠다 싶었는지 지난 12일 이수성국무총리 주재로
환경보전위원회를 열고 "물관리 종합대책" 및 "녹색환경의 나라건설을
위한 실천계획"을 확정발표했다.

주요내용을 보면 오는 2011년까지 34개의 댐을 세워 용수예비율을
현재의 7%에서 9%로 높이는 한편 현재 82%인 상수도보급율을 95%로
향상시킬 계획이다.

한편 수질개선을 위해 45%인 하수처리율을 오는 2005년까지 80%로
높이고 상수원지역의 오염단속을 강화하며 2001년까지 먹는 물과
대기의 오염기준을 세계보건기구(WTO) 권고수준으로 강화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늦었지만 수자원의 질과 양 모두를 아우르는 대책이 세워진 것은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전에도 계획을 세우고 개선을 다짐한 적이 없지 않았기에
이번 대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하겠다.

문제는 정부를 포함한 우리사회의 환경보전의지가 얼마나 굳건한지
그리고 이번 대책을 시행하는데 필요한 90조원의 재원조달이 어떻게
뒷받침될지에 달려있다고 하겠다.

정부는 재원마련을 위해 오는 98년 2월까지 상하수도 요금을 공급
원가의 905까지로 올릴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려면 일반가정에서 내는 수도요금은 33.8%, 하수도요금은 70.9%가
올라야 한다.

일부에서는 물가상승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하며 정부도
인상시기와 방법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렇게 올린 요금을 내면 물을 마음놓고 마시고
쓸 수 있느냐는 점이다.

효과가 있다면 기꺼이 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먹는 물도 사먹는
판에 왜 요금만 올려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진다.

정부의 환경관리정책이 철저히 불신받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의 반응은
더욱 냉소적이다.

환경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며 환경청을 환경처로, 다시 환경부로
확대개편 했지만 시화호다 김포매립지다 한탄강폐수까지 온통 문제
투성이다 .

그렇다면 세금만 축내고 위반업소나 등치는 환경부는 왜 존재하는
것인가.

한쪽에서는 오염방지시설을 해놓고도 비용을 아끼려고 폐수를 방류
하는데 다른 쪽에서는 돈을 거둬 오염방지에 투자하는 모순이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는가.

환경오염을 자행하는 기업에게는 그것이 얼마나 비싼 대가를 치뤄야
하는 범죄인지 깨닫도록 형사처벌이외에 벌금형이 병행돼야 한다.

전시효과만 노리고 상황을 악화시킨 관계공무원들은 책임을 져야하며
환경보전은 생존권확보를 위해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범국가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