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헬름즈-버튼법이 앞으로도 계속 국제통상마찰의 불씨로 남게 됐다.

빌 클린턴대통령은 16일이 법중 문제가 되고 있는 "쿠바가 동결 또는
몰수한 미국재산을 매매하거나 운영하는 외국기업들을 미법원에 제소할수
있다"는 조항의 발효를 내년 1월까지 6개월간 한시적으로 유보한다고 발표
했다.

앞서 미국정부는 이 조항을 근거로 쿠바와 사업을 벌이고 있는 캐나다
탄광회사 셰릿인터내셜의 영국인 대주주 2명에 대해 미국입국을 금지시켰다.

그러자 EU와 캐나다는 이 법이 국제적인 악법이라고 규탄하면서 상응하는
맞보복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위협, 낙연전쟁위기감이 고조됐었다.

사태가 악화되자 클린턴대통령은 문제의 독소조항발효를 6개월 연기하는
중간 타협안을 내놓게 된것이다.

그는 이 법을 그대로 시행하라는 국내의 압력에 직면, 이 조항을 폐지할수
형편이 아니었다.

쿠바계 미국인들과 의회는 쿠바의 민주화를 위해선 미국 혼자서 실시하고
있는 대쿠바금수조치가 효과가 없다며 다른 나라들도 대쿠바금수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때문에 외국업체들의 쿠바투자와 상거래를 제한하는 이 법이 반드시
실시돼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같은 국내의 법강행 압력과 외국의 폐지요구사이에서 진퇴양난에 처한
클린턴대통령은 해법을 찾느라 고심해 왔다.

결국 그는 양쪽의 요구를 반반씩 수용하는 "잠정적인 법집행정지"라는
중간선을 선택했다.

국내의 비난여론과 외국의 반발을 동시에 누그러뜨릴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포석인 셈이다.

하지만 이 중간타협점에 대한 국내의 비난과 외국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법을 가장 강력히 비난해온 EU집행위원회는 클린턴대통령이 법집행유보
결정을 내린 직후, 이 결정에도 불구하고 당초 계획한 대미보복조치들을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최근 EU는 유럽을 방문하는 미기업인들에게 입국비자를 요구하는 등의
보복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EU가 미국에 대해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캐나다도 미국이 이 법의 문제조항을 철폐하지 않는한 대미보복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지금까지 헬름즈-버튼법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던 중국까지
이 법이 국제법과 규범을 어기는 악법이라고 공식 비난, 서방측의 대미비난
대열에 가세했다.

미국내 여론도 법집행유보 결정에 등을 돌리고 있어 클린턴행정부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공화당의원들은 클린턴대통령의 이번 결정이 "그가 용기없는 지도자임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고 몰아부쳤다.

또 쿠바계 미국인들도 이 결정이 실망스럽다면서 오는 11월 대통령선거에서
클린턴대통령은 자신들의 표를 얻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클린턴대통령은 앞으로 6개월간 우방국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해 이 법이
쿠바민주화를 촉진시키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의 폐지를 요구하는 EU와 캐나다의 입장이 워낙 강경,
헬름즈-버튼법은 클린턴대통령에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뜨거운 감자"로
남아 국제통상마찰의 꺼지지 않는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이정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