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경 < 고려대 교수 >

텔리비젼 냉장고 세탁기 등 우리 일상생활에 가장 유용한 주요 내구재를
생산하는 가전산업이 내수와 수출의 부진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과거 10년간 연평균 25%씩 증가하던 내수는 지난해 17%로 둔화됐고 올해
에는 4%로 낮아졌다.

수출도 지금까지 15%가 넘는 증가율을 보였으나 금년에는 7.4%에 불과하다.

특히 수출의 둔화는 시장의 성숙에 따른 국내수요의 정체와는 달리
우리나라 제품의 국제경쟁력 저하를 의미하는 적신호다.

해외시장에서 일본의 효율성 제고와 엔저가 복합적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후발국의 추격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우리나라 제품에 대한 상하양면의 협공으로 가전산업은 일대 혁신을 요구
받고 있는 것이다.

산업의 경쟁력을 물건의 제값을 받을 때 가격경쟁력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가로 본다면 우리나라는 현재 선진국과 후발국 모두에 밀리고 있는
진퇴양난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가격경쟁력의 경우 낮은 생산비로 저가품 시장을 공략하는 후발국제품에
대해 그동안 우리나라 가전제품은 약간의 우위를 가지고 있었으나 이젠
열위로 돌아섰다.

또 이런 상태가 앞으로 호전될 가능성이 낮다는 데 가격경쟁력 문제가
있다.

비가격경쟁력에서도 비슷한 양상이다.

특히 일본제품에 대해서는 비가격경쟁력이 분명히 떨어진다.

제품에 대한 선입관(이미지), 제품의 품질과 신뢰성, 판매망과 A/S 등에서
거의 모든 제품에 걸쳐 일본제품에 미치지 못한다.

비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 제값도 받지 못하면서 판매도 늘리지 못한다.

비가격경쟁력이 가격경쟁력보다 오히려 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가전제품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첫째 국내 기업여건
을 개선해야 한다.

임금과 물가의 안정은 물론 여러가지 비용상승 요인을 제거하고 규제완화와
효율성제고를 위한 분위기 조성이 있어야 한다.

국내 여건이 경쟁국에 비해 불리하면 경쟁력은 떨어지게 마련이므로 국내
여건 개선이 시급하다.

둘째 기술개발로 부가가치를 높이고 가격경쟁력과 비가격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대학과 연구소로 하여금 부품과 제품에 대한 연구로 경쟁력을 높이는 연구
결과를 내게 하고 확실한 혜택이 주어지도록 하는 특별한 계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기본 연구비를 주고 연구가 상품으로 성공하였을 때 이익의
일부를 사후에 지급하는 유인방안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정부로서는 차세대 제품의 개발에 집중투자하도록 하여 과감한 신제품개발
의 계기를 마련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셋째 경영혁신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해오던 고루한 경영방식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시스템으로 비용
절감과 품질향상을 위한 새경영기법을 시도해야 한다.

지난 수년간 선진국에서 경쟁력 향상을 위한 기업의 개혁이 과감하게
추진된 것을 특별히 참고할 필요가 있다.

넷째 비가격경쟁력 제고를 위한 주요시장 조사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일본의 전략 조사연구 마케팅 등을 면밀히 파악하여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섯째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전시품을 늘리고 경품을 활용하며 특별활동을 구상하고 국가의 경제발전
이미지를 연결시키는 등 다양한 접근방법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A/S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모든 비가격경쟁 요소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끝으로 가전산업발전을 위한 정부정책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특별소비세를 면제하여 국내시장기반을 굳게 하고 연구개발투자 여력도
갖게 해 장기적으로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배려가 필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