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주산업 (관린인 최병용)의 전경영인 윤석조 윤석민형제가 2백80억원에
달하는 서주산업의 채권을 포기할 것인가.

서주산업의 근로자, 대리점업자, 채권자 등은 8일 서울지법에서 열리는
서주산업 변경계획심리를 위한 관계인집회에서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주산업은 지난 4월 법원의 허가없이 어음 3백22억원을 불법유통시켜
윤석민 전회장과 이관희 법정관리인 대리가 구속되는등 말썽을 빚은
회사.

이후 새로운 법정관리인이 선임돼 회사정상화에 나선 서주산업측은
제3자 인수를 적극 모색했으나 서주산업 구사주인 윤씨형제가 본인 및
친척등의 명의로 갖고 있는 2백80억원의 채권을 포기하지 않는바람에
제3자인수라는 마지막 회생의 불꽃이 꺼질 운명에 놓였다.

현재 서주산업측 이해관계자들은 이회사를 살리는 길은 제3자 인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주거래은행인 서울은행도 4~5개업체에 제3자 인수를 적극 타진하는등
제3자 인수기업만 나타나면 추가자금 지원을통해 서주산업 정상화에
힘쓸 것을 공약하고 있다.

하지만 인수제의를 받은 기업들은 모두 윤석조씨가 갖고 있는 거액의
타인명의 채권 2백80억원때문에 인수에 난색을 표명하고있다.

윤씨가 채권을 포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윤씨형제는 지난 85년1월 대한선주 주식 1천8백40여만주를 자회사인
서주산업에 보관시키고 윤씨가 청구할경우 이 주식을 반환받거나 시가의
3~5배로 배상받는다는 약정을 들어 90년 관리인인 서울신탁은행 (현
서울은행)을 상대로 정리채권 확정의 소를 제기, 법원에서 승소판결을
받아 채권을 갖게 된 특이한 케이스.

낙농가, 대리점업자 등 서주산업의 이해관계자들은 "회사를 부도내고
불법어음까지 유통시켜 낙농가와 대리점등에 큰 피해를 입히고 회사를
회생불능의 상태로 몰고간 윤씨가 채권 포기를 거부하며 회사를 문닫게
하려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더구나 윤씨는 지난달 16일 서주산업의 법정관리 폐지를 요구하는
"회사정리절차 폐지신청"을 서울지법 민사합의50부 (재판장 권광중부장판사)
에 제출, 제3자 인수를 정면 거부하며 회사를 문닫으려 해 2만여명에
달하는 이해관계자들로 부터 거센 반발을 샀다.

또 윤씨는 지난해 10월 식품도매업체인 S음료주식회사까지 설립,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법원 조사결과 드러나 그 자금출처에 의혹이 일고
있다.

서주산업에 따르면 윤씨는 제3자 인수를 보장하겠다는 각서를 써주면
채권을 면제해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다라 윤씨가 채권면제를 하지 않는 이유가 채권포기에 따른 대가를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까지 낳게하고 있다.

서주산업의 한 관계자는 "법정관리가 폐지되면 윤씨 자신 역시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는 상태인데도 채권면제에 동의를 안하고 있다"며
"법정관리가 폐지되면 직원들의 퇴직금은 차치하더라도 윤씨의 강요로
보증을 서 준 20~30명의 직원들은 근저당 잡힌 집까지 빼앗길 형편에
처해 있다"고 하소연했다.

윤씨는 지난달 17일 서울지법에서 열린 서주산업 변경계획심리를
위한 관계인 집회에서 대리인을 통해 "제3자인수가 된다고 해도 회사는
회생할 수없기때문에 채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공식입장을 견지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8일 오후3시에 열리는 집회에서마저 채권 면제를
거부할 경우 서주산업의 회사정리 절차는 폐지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이해관계자들은 윤씨의 마지막 결단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서울은행의 한 관계자는 "현재 윤씨의 채권만 면제되면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기업체를 이미 선정해 놓았다"며 "윤씨가 마지막으로 회사를
위해채권을 포기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서주산업은 73년 9월 우유,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등을 생산하는
유가공업체로 출발, 탄탄한 성장으로 재계의 주목을 끌기도 했지만 지난
87년 부도를내 법정관리에 들어간후 영업환경 악화와 매출감소, 고름우유
파동으로 올 1월 회사정리계획안을 변경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다가
불법어음유통 사건으로 제3자 인수없이는 회생불능에 빠진 상태다.

< 한은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