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일성주석이 사망한지 오늘로 만2년이 됐다.

김일성 사후의 북한은 군부의 발언권이 강화된 것 외에는 적어도 겉으로는
이렇다 할 변화가 없어 보인다.

지금도 당총비서와 국가주석이 죽은 김일성으로 돼 있는 등 이른바
"유훈통치"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겉모습과는 달리 북한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으며
개방과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여러 경로로 확인되고 있다.

만성적인 식량부족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여름에는 북한 전체
경작면적의 75%가량이 피해를 입은 대홍수가 있었다.

심각한 에너지난은 공장가동률을 평균 20~30%에 그치게 했고 외화부족
때문에 식량과 에너지를 수입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경제위기는 지난 90년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3.7% 성장을 기록한 뒤
해마다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해 왔다는 사실로 입증되고 있다.

북한 경제위기가 이처럼 악화된 까닭은 기본적으로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경직성과 비효율성 때문이다.

과거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자본 노동 토지등 생산요소 투입의 양적
확대가 더 이상 불가능해진 것이다.

남한과의 정치-군사적 긴장관계및 "주체사상"이라는 이념적 선전선동을
통한 노동력 동원은 이제 효력을 잃었다.

게다가 지난 80년대말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경제권 몰락은 원유 등
에너지자원의 수입및 중공업제품 수출에 막대한 타격을 주었다.

구상무역방식에 의존하던 북한은 경화 부족으로 경제성장에 필요한 자원
수급에 큰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따라서 김일성은 죽기 전에 이미 87~93년간의 3차 7개년계획이 참담한
실패로 끝났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농업-경공업-무역 제일주의"로
경제정책 방향을 바꿨다.

아울러 미국 및 남한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외국투자유치를 획기적으로
늘리려고 시도했다.

북한의 경제위기는 근본적으로 사회주의체제의 모순과 갈등에서 벗어나지
않는한 해결될수 없다.

홍수피해는 기왕의 문제들을 극적으로 드러냈을 뿐이다.

핵심과제인 시장경제 도입을 통한 자원배분의 효율성제고, 경제주체에
대한 동기부여, 규모의 경제및 분업촉진 등이 하루 빨리 실현돼야 하며
그러자면 북한 경제의 개방과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이밖에도 외자유치를 촉진하기 위해 남북한 관계정상화에 성의를 보여야
한다.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남한을 제쳐 놓은채 미국 일본과의 관계개선에만
매달리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관계개선 통로가 4자회담이냐, 남북정상회담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북한도 중국식의 개혁-개방 정책을 본뜬다며 "분조계약제" 형태의 농업
개혁에 착수하고 합영제 개선을 시도하고는 있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성장에 해외화교자본이 절대적으로 기여한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최근 북한에 퍼지고 있는 "개방하면 체제가 붕괴할수 있다.

그렇다고 현 체제를 고수하면 자멸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은 지금 북한이
처한 난처한 입장을 웅변하면서 북한당국의 결단을 촉구하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