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단일통화가 도입되면 엉뚱하게도 아시아금융시장이 뜨거워질
것으로 분석돼 관심을 끌고 있다.

언뜻 생각하면 유럽에 단일통화가 도입되든 말든 아시아금융시장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국제금융전문가들의 진단은 그렇지 않다.

오는 99년 유럽연합(EU)에 단일통화 유러화가 등장하면 아시아국가들은
금융시장혼란과 함께 경제운용면에서도 큰 변화를 겪게 될것이라는
지적이다.

도대체 "유럽단일통화=변화하는 아시아금융시장"이란 등식이 어떻게
성립되는 것일까.

"유럽에 단일통화가 들어서면 유럽외환거래업자들이 일감이 크게
줄어든다.

마르크를 팔아 파운드를 사고, 프랑을 사는 대신 리라를 파는 것같은
유럽외환거래가 사라지는 것이다.

서유럽대륙에 통화가 하나뿐이니 외환거래를 할 여지가 없다.

그러면 할일이 줄어든 외환딜러들은 어디로 갈것인가.

답은 하나, 급속한 경제성장을 누리고 있는 아시아외환시장으로 가는
길밖에 없다"

홍콩 HSBC 은행의 스튜어트 걸리버 아.태지역영업책임자는 일감이 떨어진
유럽외환거래업자들이 아시아통화로 눈을 돌릴 것이므로 아시아금융시장과
경제전체가 큰 영향을 받게 될것이라고 전망한다.

물론 유럽외환거래업자들은 중남미나 오세아니아, 중동지역 통화들에
대한 거래도 늘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제성장률과 국제화속도면에서 아시아지역이 단연 선두인만큼
이들은 아시아외환시장을 유럽외환시장의 대체물로 삼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현재 국제외환거래업자와 투기꾼들에게 별볼일 없는 투자대상인
태국바트, 말레이시아 링기트, 대만 달러, 한국 원화등이 핵심투자대상으로
부상할 것이 확실하다고 유럽과 아시아금융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진단한다.

문제는 유럽의 외환거래업자들이 아시아통화거래를 대폭 확대할 경우
아시아통화의 환율변동이 심해질수 있다는데 있다.

동시에 외환거래량이 급증, 아시아각국으로의 대폭적인 외화유입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시아금융당국은 시장의 환율변동폭이 도를 넘어서면 환율안정을
위해 시장에 개입해야되는 부담을 안게 된다.

그러나 2년반후 유럽에 유러화가 통용되기 시작하면 아시아통화들이
국제외환거래타깃이 됨으로써 국제화가 더욱 빨라질 수 있을것이라는
긍정적인 면도 강조되고 있다.

이에따라 아시아국가들은 투기적 환거래증가에 따라 환율을 적정수준으로
묶어두기에 애를 먹을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때문에 아시아국가들은 유럽단일통화가 도입되기전에 환율안정시스템을
강화하든지 환율을 시장자율에 맡겨 앞날의 금융시장불안에 적응할수 있는
저항력을 미리 키우는 등의 대비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 이정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