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최고 히트영화 "은행나무침대"는 개봉 넉달만에 서울에서만 70만명
의 관객을 동원하는 폭발적인 흥행기록을 세웠다.

이는 외화 방화를 통틀어 올 상반기 최고 흥행성적이며 지난해 한국영화
관객동원 1위를 차지한 "닥터봉"의 2배에 달하는 기록이다.

이로써 제작사인 신씨네는 극장상영에서 얻은 입장료수익 13억원과 비디오
판매에 따른 러닝개런티, 해외수출금액을 합쳐 약 30억원의 순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나무침대"의 이같은 흥행 성공은 탄탄한 기획력과 첨단 영상기술,
치밀한 마케팅전략이 삼위일체를 이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철 신씨네대표(40)는 영화기획단계부터 철저한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예상수익 규모를 산출하고 이를 토대로 창업투자회사의 자본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창투회사중 국내최초로 영화제작에 참여한 일신창투(대표 고정석)와
장은창투(대표 유만조)는 제작발표회에서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신씨네측의 기획력에 대한 신뢰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아무리 기획이 좋아도 작품이 따라주지 않으면 무용지물.

신인 강제규감독은 작품성과 흥행성을 고루 갖춘 시나리오로 관객들의
"숨은 본능"을 끌어내며 뛰어난 연출력을 보여 줬다.

천년 세월을 뛰어넘는 사랑의 애절함이 현대인들에게 강한 호소력을 발휘한
것.

특히 황장군역을 맡은 신현준의 연기가 여성관객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모아 장기흥행의 지렛대로 작용했다.

또 컴퓨터그래픽과 특수촬영등 영상기술의 혁신도 성공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영혼뿐인 미단공주(진희경)의 형체가 주인공 수현(한석규)의 몸을 통과하는
장면은 블루스크린을 뒤에두고 둘이 따로 연기한 화면을 합성하는 방식으로
완성했다.

미단을 쫓아 현세에 나타난 황장군이 인간의 기를 빨아들여 서서히 얼굴이
변하는 모습이나 벽돌굴뚝에서 돌출돼 나오는 장면에는 몰핑기법이 적용
됐다.

이는 "구미호"로 컴퓨터그래픽을 처음 선보인 신씨네가 특수기법연구법인
신씨네그래픽스를 별도로 설립한뒤 이뤄낸 기술혁신의 결과다.

신씨네는 또 국내와 해외부문의 마케팅전략을 효과적으로 연계시켜 개봉관
의 흥행열기를 세계시장으로 확산시키는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확보한 수출액은 200만달러(약 16억원)정도.

지난5월 칸영화 견본시에 독립부스를 설치해 수출상담을 벌인 결과 체코
일본 미국등 11개국과 총 100만달러의 수출가계약을 맺었으며 오는 9월
"밀라노영화제 마켓(MIFED)"에서도 100만달러이상의 판매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흥행성공에 따라 제작자본을 댄 일신창투와 장은창투도 9억원의
원금을 회수하고도 9억원이상의 수익금을 건졌다.

투자 1년만에 "곱빼기 장사"를 한 셈이다.

< 고두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