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제당이 지난 94년 11월 내놓은 "식물나라" 화장품은 슈퍼마켓이란
새로운 유통망을 개척한 프론티어제품이다.

패션상품으로 여겨지는 화장품을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것이 아직
시기상조라는 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 제품은 합리적인 소비층을 중심
으로 슈퍼마켓 고객들을 급속도로 파고들고 있다.

이에따라 지난 한햇동안 모두 128억원의 매출액을 기록, 1만원이하의
저렴한 가격이면서도 품질이 높은 제품이란 이미지를 굳히는데 성공했다.

올 상반기만 해도 170억원의 매출을 올려준 이 제품은 연말까지는 350억원
어치가 팔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초 매출 목표액을 200억원으로 잡았던 회사측은 이같은 판매호조에
즐거운 비명을 올리고 있다.

이 제품의 성공은 화장품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와 지난 3월에는 메이저급
화장품업체인 태평양과 LG생활건강이 슈퍼마켓 전용제품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식물나라화장품이 국내 처음으로 판매를 시도한 슈퍼마켓에서 인기를
모을수 있었던 것은 값이 싸다는 단순한 이유 외에 몇가지 배경이 있다.

우선 일반인이 가장 손쉽게 화장품을 접할수 있는 화장품전문점(할인
코너점)에서 파는 제품들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화장품시장은 크게 시판 방판 특판 등으로 나뉘어 있으나 시판이
전체시장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갖고 있다.

시판시장이란 화장품업체가 도매상인 대리점을 거쳐 전국 2만여개의
화장품전문점을 통해 판매하는 시장을 말한다.

이 시장은 그러나 최근 2년간 극도로 유통질서가 문란, 할인경쟁이 판을
쳐왔다.

이에따라 어느 업체 제품을 막론하고 50%이상 할인해 살수 있다는게 기본이
돼 버렸다.

메이커는 메이커대로 이같은 소비자들의 할인심리를 감안, 제품을 리뉴얼
하거나 용기만 바꾸어 높은 소비자가격을 매겼다.

소비자들은 절반이상 싸게 사고도 가격을 불신하는 상황이 된 터에 기존
화장품보다 값이 싼데다 정찰판매를 지키는 슈퍼마켓용 화장품에 눈을
돌리게 됐다.

또 소비자들의 구매행태가 변화하는 타이밍을 포착, 효과적인 마케팅을
펼친 것이 소비자들의 욕구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제일제당은 이 제품을 선보이면서 화장품이 특정한 사람만이 사용하는
귀족상품이 아니라 생활필수품이란 점을 강조, "피부필수품, 슈퍼에서
찾으세요"란 광고컨셉트로 소비자들에게 접근했다.

기존의 생활용품 영업으로 강점을 갖고 있는 슈퍼판매망을 적극 활용, 전국
1만여개 슈퍼마켓에 별도 판매대를 확보하고 독특한 진열대를 갖춰 20~30대
주부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데 성공했다.

기존에 내놓은 식물나라 화장비누 샴푸 보디샴푸등과 연계하는 판촉활동을
벌임과 동시에 기존 화장품의 고급분위기 위주 판촉에서 벗어나 슈퍼에서
소비자들이 직접 써보고 경험할수 있는 이벤트를 개최, 좋은 반응을 얻을수
있었다.

< 강창동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