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동사옥 소유권을 둘러싼 한국중공업과 현대그룹간의 법정공방이
"제 2라운드"에 돌입할 전망이다.

박운서 한중사장은 27일 통상산업부 기자실에서 회견을 갖고 "작년 1월
서울고법 2심에서 한중이 패소한 것은 현대측 증인들이 위증을 한 때문"
이라며 "이들을 서울지방검찰청에 형사고발키로 했다"고 밝혔다.

박사장은 또 "현대측의 중대한 위증으로 인해 고법과 대법원 판결에서
패소한 것이기 때문에 서울고법에 재심청구소송을 냈다"고 말했다.

한중은 이와함께 영동사옥은 원래 실질적인 소유자가 현대양행(현재
한중)으로 단지 건설과정에서 절세를 위해 한라건설(현 현대산업개발)에
명의신탁된 것이라며 "명의신탁 해지에 따른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소송"을
서울지법에 이날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한중은 이 근거로 영동사옥 부지매입과 신축자금을 모두 현대양행이 댔다는
점을 제시했다.

이에따라 지난 5월 28일 대법원이 현대측 손을 들어 주면서 일단락될
것으로 보였던 이 분쟁은 법정으로 다시 "공"이 넘어가게 됐다.

영동사옥의 "주인 찾아주기"는 그만큼 지연될 전망이다.

게다가 한중 민영화도 사옥분쟁이 완결되기 전까지는 사실상 어려워 "물
건너간게 아니냐"는 분석이 대두하고 있다.

한중과 현대간에 재연될 법정공방의 최대 쟁점은 현대측 증인들의 위증
여부.

한중은 작년 패소한 서울고등법원의 2심 소송에서 현대측 증인들이 허위로
진술을 함으로써 지난 5월 대법원 판결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며 이들을
위증혐의로 고발했다.

예컨대 2심에서 현대측 증인들이 "한라건설(현재 현대산업개발)은 정인영씨
1인 회사가 아니었다"고 증언한 것등은 당시 정황에 비춰 명백한 위증이라고
한중은 주장했다.

이런 증언때문에 대법원 판결에서 "영동사옥 매각때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절차상 흠결"로 한중이 결국 패소했다는 것.

따라서 이들의 위증이 입증되면 지난해 서울고법의 한중 패소판결도 문제가
있다는게 한중측 논리다.

한중은 이 소송의 재심청구시한인 지난 25일 이미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해 놓았다.

그동안의 판결에 하자가 있기 때문에 2심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대측은 이에대해 "말도 안된다"고 일축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무엇이 위증이라는 구체적인 지적도
없이 무조건 위증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근거 없다"고 반박했다.

또 "지난 8년여의 재판과정에서 나온 증언들은 모두 재판부가 사실여부를
검토해 받아들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한중의 "명의신탁 주장"에 대해서도 현대는 문제제기를 했다.

이 사안은 법정에서 이미 논란을 빚었던 것으로 고등법원 재판부가 "법인간
자금대여.차입은 회계상 채권.채무관계로 정산돼야 할 문제이지 명의신탁
관계에 있지 않은 것으로 이유없다"고 판결한 것이라는게 현대측 반박이다.

현대는 따라서 "한중이 대법원의 판결로 소유권이 최종 확정된 사건에
대해 또 다시 재심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것은 사법부의 판결과 권위를
무시하는 처사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어쨌든 한중의 재심 청구소송으로 이 문제가 결판이 나기까지는 2~3년이
족히 걸릴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당연히 한중 민영화 논의는 그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들어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의지가 후퇴하고 있는 움직임도 이를
뒷받침한다.

통산부 관계자는 "사옥분쟁이 재연된 데다 김영삼대통령이 최근 공기업
민영화보다는 경영혁신을 강조했는데 한중 민영화가 쉽게 되겠느냐"고
말했다.

한중사옥 분쟁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