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화는 결번이오니..."

요즘 통신판매를 통해 국적불명의 수입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이
심심찮게 들을수있는 전화메시지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통신판매가 급증하고 있으나 일부
수입업자들이 유령통신판매회사를 설립, 대금만 챙기고 도주하는가 하면
허위.과장광고를 통해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

올해초 잡지광고를 보고 수입산 R안경을 구입한 홍모씨(28)는 결제
대금을 온라인으로 입금시켰으나 안경이 도착하지 않았다.

판매업체에 전화를 걸었더니 "결번"이라는 신호음만 반복됐다.

이에 안씨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결과 "수입업자가 이미 동일한
수법으로 수백명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은 뒤 도주했다"는 대답을
들었다.

또 최근 "P통신판매"로부터 외국산 컴퓨터소프트웨어 제품을 15만원에
구입한 김모씨(30)도 비슷한 경우를 당했다.

주문한 제품이 도착하지않자 김씨는 광고가 실린 (주)정보시대에
문의했으나 광고에 게재된 전화번호는 타인의 것을 도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양상은 일부 수입업자들이 영세통신판매업체를 악용하거나
자체 유령판매회사를 설립, 조직적으로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는데서
비롯되고있다.

특히 최근들어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는 다이어트상품과 건강스타킹
등의 상품에서도 사기세일즈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제품은 일부 화장품전문업체에서 출고된 제품을 제외하고는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데다 1만원미만에 수입한 상품을 10-15만원까지
판매하는 등 폭리를 취하고 있다.

한때 이들 제품을 취급하다가 다른 업종으로 전환한 박모씨(46)는
"수입업자들끼리 5억원가량을 모아 통신판매회사를 설립한 뒤 신문 및
잡지광고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일정시기가 지나면 사무실을 폐쇄해
버린다"고 수법을 실토했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는 이같은 판매를 규제할 수 있는 보상및 단속기준이
없어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해외물품수입은 관할세무서에 사업자등록만 하기때문에 수입이후에
발생하는 제반문제를 관리하는 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강남구청 산업과의 장훈씨는 "수입물품을 통신판매나 방문판매형식으로
구입했다가 피해를 입은 시민들의 신고가 하루에 5건가량 접수되고
있다"며 "그러나 이들 업종은 자유업으로 구나 시에서 단속권한이
없기 때문에 이전이나 폐업을 해도 소재지파악조차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 통신판매업체들의 약관미비도 사기세일즈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통신판매업체들은 아프터서비스기한과 방법, 환불과
반품의 시한, 현금환불시 감가상각 등 소비자보호를 위한 명확한 약관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이에따라 당국의 적절한 규제조치와 현실에 부합되는 새로운 제도가
마련되지 않는한 피해자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조일훈.김준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