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편을 수입해 팔면 얼마나 벌까.

홍콩 에로영화 "옥보단"은 95년 수입사인 유성필름에 10배이상의
이익을 안겨줬다.

수입가는 단돈 5만달러.

그런가하면 500만달러 (40억원)의 거액을 쏟아부은 "컷스로트
아일랜드"는 20억원 이상의 적자를 냈다.

200만달러 (16억원)를 들인 "닉슨"도 본전 조차 건지지 못했다.

지난해 히트작인 "레옹"은 90만달러 (7억2,000만원)에 수입돼 20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서울에서만 100만명이 관람한 할리우드대작 "다이하드3" (동아수출공사)도
20억원이상 벌었다.

수입가는 280만달러.

영화는 극장과 비디오 공중파방송 케이블TV CD롬에서 대형호텔 선박
비행기에 이르기까지 12개부문의 판권을 형성한다.

캐릭터 게임 등 파생상품은 별도로 친다.

따라서 작품 선별력과 개봉시기, 마케팅전략 등에 따라 흥행성적표는
천차만별이다.

하찮게 여긴 소품 하나로 엄청난 돈방석에 오르는가 하면 사력을
다해 모셔온 대작이 어처구니없이 무너져 빚더미에 파묻히기도 한다.

"옥보단"은 "돌"이 "황금"이 된 대표적인 경우.

웬만한 비디오 판권료보다 쌌던 이 영화는 극장영화로서뿐 아니라
비디오로도 빅히트를 기록했다.

공식 집계로만 5만6,000개가 팔렸다.

사실 이 작품은 몇년전 국내에 들어왔지만 공륜심의와 극장 확보문제
등으로 개봉되지 못하고 있던 것.

유성필름은 남들이 "별볼일 없는 녀석"으로 젖혀놓은 이 "애물단지"를
"보물단지"로 키움으로써 설립 6년만에 일어섰다.

15만달러 (1억2,000만원)에 수입된 음악영화 "파리넬리" (거원영역)도
6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모짜르트를 다룬 "아마데우스"의 열기가 승수효과로 작용한데다 봄철
여성관객의 감성에 잘맞아 서울서만 24만명을 동원한 것.

올해 개봉된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도 비슷하다.

독립영화인 이 작품은 수입사인 코리아멀티미디어조차 크게 기대하지
않던 것.

그러나 "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주연배우 니콜라스 케이지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차지하자 사정이 달라졌다.

20만달러 안팎에 들여와 최소 3~5억원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9만달러에 갖고 온 "네프므와"도 1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뗄것 다 떼고도 2배장사를 한 셈.

그러나 영화수입이 남는 장사만은 아니다.

엄청난 규모의 액션과 호와배역이 동원됐지만 국내 정서에 안맞아
흥행에서 참패를 당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수입사들은 나름대로 안전장치를 마련한다.

될성부른 작품과 그렇지 않은 것을 묶어서 사는 세트구매가 그것.

한쪽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쪽에서 만회하자는 전략이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