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보험에 들면 정기적으로 일정금액의 돈(보험료)를 내야 한다.

그 댓가로 가입자가 손에 쥐는 게 바로 보험증권이다.

이 증권은 보험사가 가입자에 보장하는 각종 내용이 담겨져 있다.

그러나 보험에 든 사람중에서 자신이 받은 보험증권을 세심하게 읽어 본
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

아니 가입자에게 보험증권을 제때 주지 않은 보험사도 적지 않은게
우리네 현실이다.

오죽하면 보험사들은 "고객만족경영"이란 기치를 내걸고 가입후 일정기간
이내에 보험증권을 받지 않은 고객이 계약을 취소하겠다면 낸 보험료를
고스란히 되돌려 준다는 약속을 하겠는가.

모보험사는 신규계약에 대해 회사의 심사가 끝나 인수가 결정된 다음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보험증권을 받았는지 재확인을 하기도 한다.

보험사들이 보험증권을 이처럼 중요시여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험증권에는 그 계약에 대한 보장내용이 상세히 적혀 있다.

보험에 대한 피보험자 수익자등 인적 사항과 보험료금액과 납입방식등과
함께 깨알같은 글씨로 적혀있는 약관을 차지하더라도 이 증권만 잘 읽어봐도
가입자는 만약의 사태를 당하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쉽게 요구할수 있도록
돼 있다.

보험증권을 영어로는 폴리시(Policy)라고 한다.

"약속"이란 뜻인 라틴어의 Pollicitatio가 그 말의 어원이다.

다시 말해 보험계약당시 맺은 어떤 경우를 당하면 일정금액의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구체적으로 적어 놓은 일종의 증명서.

이 증권을 책자로 친다면 엄청난 베스트셀러임에 틀림없다.

지난 94사업연도(94.4-95.3) 한해동안에만 생명보험 신규계약건수는
1,255만4천건에 달했다.

손해보험이나 농수축협 체신공제등 유사보험까지 합치면 줄잡아 2천만건은
훨씬 넘어설 것이니 말이다.

한해에 무려 2천만권이상의 소책자가 발행된 셈이다.

보험은 보험사와 가입자간에 약속을 하고 돈을 주고 받는 사업이다.

때문에 보험상품을 "무형의 상품"이라고 가리키고 그산업을 인지산업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말로 돈(보험료)를 준다고 약속을 해도 계약이 성립되는게 바로
보험이다.

보험기간중 사고가 나면 당초 약속한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한 예로 어떤 이가 주말에 바다에 놀러갔다가 보험증권을 꺼내보니 기간이
지난 사실을 알았다.

그는 보험사에 전화를 걸었더니 보험기간을 연장해 주겠으니 월요일에
보험료를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런데 바다에 나간 그는 배가 뒤집혀 목숨을 잃고 말았다.

유족이 월요일에 미지급한 보험료 1천달러를 가지고 가서 1만달러의
보험금을 요청했다.

보험사는 두말없이 보험금을 지급했다.

말로한 약속도 계약이기 때문이다.

약속이 생명인 보험계약의 내용을 담은 증권은 가입자라면 누구나
잘 보관하고 한번쯤 일어봐야 하지 않을까.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