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달 < 한국노동교육원장 >

최근 몇년간 국내외 경제환경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1980년대 말부터 격심했던 노사분쟁이 근로자들의 소득이 높아지고 의식도
바뀌면서 크게 완화됐다.

이제는 노사관계가 안정되어 산업현장은 별 문제가 없는 듯 보인다.

그러나 우루과이 라운드가 타결됨으로써 농수산물에 대한 수입이 불가피
해졌고 급기야는 세계무역기구(WTO)가 탄생함으로써 무역에 관한 한 국경
없는 무한 경쟁을 지구촌 어디에서나 피할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국제환경의 변화는 향후 기업의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따라서 기업은 노사가 한 마음이 되어 능동적으로 이에 대처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새로운 생산방식 시장개척 생산성향상 생산비용등 기업의 경쟁력과 관련한
거의 모든 문제들은 노사의 협력을 통해 보다 더 효율적으로 풀수 있다.

때문에 노사협력은 기업의 생존 전략에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생산과 유통구조는 대기업 중심으로 편성되어 있다.

그러나 기업체와 그 종업원의 절대 다수는 중소기업에 편중되어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세계 경쟁의 물결이 우리나라에 밀어 닥칠 때에는 대기업만이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중소기업도 경쟁의 격전장에 휘말리지 않을수 없다.

중소기업은 자본의 취약성, 인력확보의 어려움, 기술의 열악 등으로
외국기업과의 시장 경쟁에서 대기업보다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돼있다.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여줄수 있는 방안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적극
검토해야 하는 당위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중소기업의 육성과 지원에 관한 대책들이 봇물 터지듯이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의 대부분은 자금이나 인력부문에 대해 지원하는
외생적 방안에 집중해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들이 자생적으로 발전하여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유도하는 것이 정책적으로 필요
하다.

중소기업들의 자생력을 배양하는 기업내의 토대는 무엇일까.

바로 사용자와 근로자가 협력하여 공동의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일이다.

이런 토대가 형성된 연후라면 기술혁신 임금협상 생산성향상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각종 사업을 무리없이 추진할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노사관계는 최근 현안으로 떠오른 자금이나 인력문제
에 비해 소홀히 다루어져온 감이 든다.

그렇지만 자금이 충분하고 인력만 보충되면 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란 자세는 대단히 소극적이다.

금융과 인력에 대한 지원은 자칫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감퇴시킬 우려도
있다.

급변하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보다 적극적인 자세는 비록 자금과 인력이
불충분하더라도 근로자의 숙련과 기능을 향상시키고 기술을 혁신시키는
것이다.

생산과정이나 시장에 대해 조사를 펼쳐 정보를 신속히 확보하고 고객중심의
상품을 개발해 시장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때 중소기업은 성공할 수
있다.

실제로 세계의 중소기업들이 성공한 생존전략을 살펴보자.

대단히 적극적인 경영방식을 택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

독일에서는 신제품개발과 고객중심의 경영에 역점을 두고 있고 일본의
경우 독자적인 기술개발과 신시장개척이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또 이탈리아의 중소기업들은 시장수요에 신속히 대처하고 사업을 전문화
시킴으로써 성공한 사례가 많고 대만의 중소기업들은 시장과 경기변화에
신속히 적응할수 있는 개척과 창업정신이 발달되어 있다.

싱가포르는 근로자들의 숙련도를 향상시켜 노동력의 질을 높임으로써 최근
급격히 인상된 임금부문을 흡수할수 있었다.

이러한 기술혁신, 시장개척, 인력개발등은 근로자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달성될 수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무한경쟁시대에 중소기업들은 자신들의 생존전략으로서
적극적인 경영방식을 채택하는게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적극적인 경영방식은 적극적인 노사관계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

근로자의 협력을 받지않고 경영자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경쟁력을 높일수도,
성공할 수도 없다.

근로자들이 기업의 경쟁력제고를 노사공동의 목표로 설정해 노력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참여시키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일본이나 싱가포르에서와 같이 근로자들이 기업을 하나의 공동체로 생각
하도록 경영자는 고용과 인력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기업의 생산에서 판매및 자금운영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문제를 가장 잘
아는 계층은 바로 근로자들이다.

때문에 이들에게 유인책만 주어진다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고
각종 경영관련 정보도 제공하게 될 것이다.

또 그들의 숙련도를 향상시킬 경우 이는 곧 생산성증가에 직접적인 역할도
할수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도 대기업 못지않게 근로자를 생존전략의 가장 중요한
인적자원으로 보고 새로운 기술 습득, 숙련도 향상, 고용안정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아울러 중소기업은 생산 판매 마케팅 자금운영등 상당한 부문에 걸쳐
근로자와 협의하여 결정하는 제도를 정착시켜야할 뿐아니라 근로자들이
적극적으로 생존전략에 참여할 수 있도록 권장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