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8일) 미국의 나스닥(NASDAQ) 시장이 개장 25주년을 맞는다.

나스닥은 특정한 거래장소가 없이 컴퓨터스크린을 통해 거래하는 전형적인
장외시장(Over-The-Counter)의 하나다.

그래서 별명도 핑크쉬트(Pink Sheet)다.

당초에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되지 못한 벤처기업 주식을
증권업자들끼리 거래하는 제도권밖 시장이었으나 지금은 전세계 기업들이
상장되는 거대시장으로 성장해 있다.

95년말 현재 나스닥의 싯가총액은 약 1조5천억달러로 6조달러의 NYSE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상장기업수는 94년말 현재 4천8백96개사로 뉴욕의 2천2백개보다
2배 이상 많고 미국의 3대 시장인 아멕스(아메리칸 익스체인지)의 8백50개
보다는 5배나 많다.

거래액은 뉴욕의 절반수준이지만 런던이나 동경에 비하면 각각 1.5배,
2배에 이르고 있다.

유명 상장기업으로는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사등이 꼽힌다.

이들 첨단기업들은 처음에는 뉴욕증시 상장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나스닥에
상장됐으나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지금도 나스닥을 고집하고 있다.

이들 상장기업들이 지금의 나스닥을 전세계 첨단주식의 메카로 끌어올려
놓고 있는 셈이다.

엘렌 힙쉬만 나스닥 국제부장은 연초 "나스닥은 더이상 쥬니어 시장이
아니다"고 선언해 시장 관계자들의 자부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나스닥이 NYSE와 다른점은 상장규정이 비교적 단순하고 컴퓨터 스크린을
통한 거래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점을 들수 있다.

NYSE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매방식으로 거래를 처리한다.

경매방식을 보완하기 위해 스페셜리스트라는 중간 도매인들이 있지만
기본 원리는 역시 다수에 의한 경매로 가격이 형성된다.

이에반해 나스닥은 마켓 메이커(Market Maker)로 불리는 중간도매인들이
자기이름으로 주식을 사고 판다.

투자자들은 이들이 컴퓨터에 제시하는 가격을 보고 수동적으로 매매에
응하지만 이들간에 치열한 경쟁이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반드시 불리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나스닥의 중간매인들(마켓메이커)이 매도와 매수 가격차익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한다는 비난여론이 제기돼 한차례 파동을 겪기도 했다.

미국에는 NYSE 나스닥 아멕스의 3대 증권거래소가 있다.

NYSE는 1백년전통을 자랑하는 말그대로 빅 보드(Big Board)이며 아멕스는
의료 화학업종 주식분야에서 특기를 자랑한다.

나스닥은 컴퓨터등 첨단분야가 장기다.

현재 NYSE에 상장되어 있는 외국기업은 포항제철등 모두 2백50여개사이다.

나스닥의 외국기업은 3백50개사에 이르고 있다.

저마다 시장의 장점을 내세우며 세계의 유수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등 혈안이 되어 있다.

NYSE의 그라소 회장은 올해 업무 계획으로 외국주식들을 현지화폐 그대로
상장시키는 방안을 발표해 증권금융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나스닥 역시 상장요건을 낮추고 본국증시에 아직 상장되지 못한 기업에도
문호를 연다는 방침을 밝히는등 각축이 한창이다.

< 정규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