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찬코오롱그룹회장이 48년간의 기업인생활을 끝내고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이회장은 20일 호텔롯데에서 고별기자회견을 갖고 "내년 1월29일
이웅렬부회장에게 경영권을 완전히 넘겨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코오롱사장단은 이에 앞서 지난 18일 이부회장을 차기회장으로
선출하고 이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했다.

이회장은 "작은 기업을 해온 사람이 은퇴회견을 한다는게 분수넘치는
일이지만 사원들의 사기를 생각해서 마련했다"고 겸손해했다.

이회장은 이부회장을 아들이기 보다는 "후배"라고 강조하면서 코오롱의
3세경영체제가 전문경영인들의 역할이 강조되는 전혀 새로운 경영방식이
중시될 것임을 강조했다.

-반세기 가까이해온 경영에서 손을 떼는 소감이 남다르겠습니다.

"솔직히 후련합니다.

해방후에 우리 국민들 옷이라도 잘 입히겠다고 시작한 사업이 이렇게
성공했다는 것 자체가 과분한 복입니다.

이제 옷 못입는 국민은 없어졌으니 꿈은 이룬 셈이죠.경총회장을
하면서는 노사관계안정을 위해 뛰어다녔습니다.

그것도 어느 정도 결실을 봤습니다.

이제 더 해보고 싶은 게 없습니다"

-3세경영체제 출범이 예상보다 빨라졌습니다.

"예정대로 되는 겁니다.

그동안 언론에서만 말이 많았지 내부적으론 96년 1월 이취임식은
오래전부터 예정해놓은 일정입니다.

지난 10여년간 점진적으로 준비해왔기 때문에 카운트다운만 남겨놓은
상태였지요"

-이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해선 어느 정도 믿음이 가는지.

"지난 10년간 차분히 경영수업을 쌓아왔습니다.

오히려 나보다 낫다는 생각입니다.

변화무쌍한 시대에 적응해나가거나 신경영노하우의 습득하는 능력도
월등하구요.

사회적 사교술도 괜찮은 편이지요.

그룹사장단회의에서도 전폭적인 지지의사를 확인했습니다"

-오너 아들이다 보니 그랬겠지요.

"꼭 그런 건 아닐 겁니다.

지난 90년 이후 우리 그룹의 사업다각화는 사실 이부회장이 주도한
것입니다.

정보통신 유통 케이블TV등 신규사업을 벌여가며 사원들의 사기도
많이 올려놓았습니다.

원로들의 경험을 수시로 경청하는 자세만 견지한다면 분명 코오롱은
나아질 것입니다.

그래서 이부회장에게도 "중지경영"을 강조해주었어요"

-다른 공직에서도 은퇴할 계획이라는데 경총회장은 후임이 있습니까.

"연부역강한 후배들이 많아요.

(수첩을 들어보이며)이렇게 후보자들 이름까지 적어두고 있어요.

대신 하마평이 너무 일찍 나와 본인이 고사할까봐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지요.

이번에는 회장단회의에서 결정되면 속전속결로 추대해버릴 겁니다.

골프협회장은 하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은퇴하는데 문제없을
것 같구요"

-이회장이 은퇴하면 코오롱의 모습이 많이 달라지리란 전망입니다만.

"사실 변화를 위해서 경영권을 이양하는 겁니다.

90년대 들어 내가 한 일은 사업다각화를 위한 교두보마련작업에
불과합니다.

정보통신 유통등 그룹의 차세대사업이 열매를 맺느냐 실패하느냐는
전적으로 후배들에게 달렸어요.

이부회장은 당장 10대그룹을 목표로 공격경영을 할 태세에요"

-신규사업만 중시한다면 섬유비중이 많이 약화되겠습니다.

"섬유는 분명 성장산업은 아닙니다.

그러나 세계의 강대국들은 모두 섬유대국입니다.

섬유같은 뿌리산업을 도외시하면 다른 산업의 기반이 약화됩니다.

이부회장에게도 신규사업뿐 아니라 기존사업의 확대발전도 중요하다는
지침을 주었습니다.

사실 그것도 신임회장의 결단에 달린 것이지만요"


<권영설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