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까지는 흐리다가 내년부터 차차 갬"

전문가들이 점치는 일본경제의 일기예보이다.

끝을 모르고 위로만 치솟던 엔화가치도 지난 7월부터 한풀 꺽였고 9월에는
사상 최대규모의 공공투자자금도 풀렸지만 일본 하늘에 드리운 짙은 먹구름
을 금새 걷어내진 못하고 있다.

올 3.4분기(7-9월)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0.2%, 연율로 따져서 0.6%에
그쳤다.

이같은 수치로 볼때 일본경제는 아직도 미궁을 헤매고 있다.

지난 2.4분기에는 0.6%(연율 2.6%)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던 점을 고려하면
일본경제는 회복에서 더욱 멀어진 셈이다.

이렇게 되자 올 경제성장률 목표를 2.8%로 잡아놓고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던 일본 경제기획청마저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고바야시 마카토 경제기획청차관은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
예상치를 1%대로 크게 낮췄다.

고바야시차관은 그러나 "내년에는 경기가 크게 호전될 것"이라며 "개인
소비는 이미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으며 3.4분기동안 다소 주춤했던 기업의
자본투자도 다음 분기에는 회복된 뒤 96회계연도에는 증가세로 반전될 것"
이라고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이런 고바야시차관의 견해에 대해서는 동조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우선 일본경제의 악화행진이 "일단멈춤"을 했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수퍼엔고에 따른 수출부진과 기업심리의 악화라는 마이너스 요인이 엔고
시정과 금융완화, 공공투자의 대폭증가로 서서히 개선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당장 좋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뜻한 기운이 돌던 세계경기에 다시 싸늘한 바람이 불면서 엔고시정에도
불구하고 수출은 주춤하고 있다.

2.4분기동안 2.8%증가를 기록했던 민간설비투자는 3.4분기에 1.9% 하락으로
돌아섰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수입급증과 수출하락으로 순수출(총수출에서 총수입을
뺀것)이 0.5%포인트 하락했다는 점이다.

정부의 경기부양책 외에 일본경제를 발진시킬 엔진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수 없다는 점도 큰 고민거리다.

그나마 3.4분기의 미약한 경제성장도 공공투자가 없었다면 연율 0.3% 증가
에 그쳤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갖가지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민간수요가 주도하는 본격
회복기로 들어서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실제 "어느정도"시간이 걸릴까.

일본 경제기획청은 "환율변화가 실제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대개
5개월정도 걸린다"고 분석하고 있다.

엔급등세가 꺽이기 시작한 것이 지난 7월께였으니 지금쯤 그 영향이 나타날
때이다.

주택건설경기도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택투자는 3.4분기동안 무려 5.7%나 급락했다.

그러나 10월들어서 주택착공은 8개월만에 1백50만호대로 올라섰다.

3.4분기동안 2.3% 저하됐던 광공업생산지수도 4.4분기에는 상승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신차판매도 11월까지 18개월 연속 증가하는등 개인소비에도 상승무드를
타고 있다.

실제 3.4분기 소비지출은 전분기대비 1.2% 증가했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이런 수치를 배경으로 4.4분기 경제성장률은 연율
1.7%로 호전되리라고 점치고 있다.

엔고의 악영향이 옅어지는데다 9월의 경제대책에 따라 공공투자자금이
실제로 경제현장 곳곳에 흘러드는 덕분이다.

이렇게 녹아들기 시작한 일본경제는 내년부터 본격 해빙기로 접어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메이지생명보험(2.3%), 일본종합연구소(1.9%), 사쿠라은행(1.8%)등 일본의
유수 경제예측기관들은 내년 일본의 경제성장률을 2% 전후로 점치고 있다.

물론 부실채권등에 따른 금융불안, 지가하락, 고용악화등 구조적인 요인이
일본경제의 발목을 계속 잡아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기회복을 본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최소한 내년 중반까지는 일본 금리를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현행수준(재할인율 0.5%)으로 묶어둬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그러나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이같은 구조조정압력이 경기회복의 힘을
내리누르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없애버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속도는 다소 느리겠지만 "경기회복"만은 틀림없다는 결론이다.

내년부터는 일본경제가 서서히 맑은 날씨를 되찾으리라는 전문가들의
예보가 과연 적중할지 주목된다.

(노혜령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