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노태우전대통령의 "부정축재"를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니라
뇌물수수죄혐의로 가닥을 잡아 구속영장을 집행했다.

우리 정치현실에 있어 뇌물죄나 정자법 위반이나 동전의 앞뒤면과 같은
것이어서 모두 적용될수 있겠는데 그 죄질이나 형량에 있어선 상당한
차이가 난다.

우선 뇌물죄라면 국민에게 파염치한 행위라는 인상을 주게되지만 정자법
위반이라면 서민들로선 아득한 구름위의 일로생각될 뿐이다.

또 뇌물죄라면 이권을 얻기위해 능동적으로 작용한 증뇌자가 전제되는데
반해 정자법 위반은 정치인의 강압에 의한 정치헌금 제공이라는 핑계를
댈수있는 여지가 있다.

노피의자의 혐의내용은 정치자금을 빙자한 개인의 부정축재, 특히
부동산투기나 사채놀이등이 있었으므로 정자법 위반으로만 다스리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다만 수뇌자인 노씨가 증뇌자인 기업인이 그간 크게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고"뇌물을 수수할수 있었던 것은 우리정치풍토의 타락한 "관행"과
양심마비에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미국의 갑부 W.H 벤더빌트는 "내가 어떤 정치가를 뇌물로 매수하고
싶을땐 늘 독점반대주의자들이 가장 매수하기 쉽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고 말한 적이있다.

이말은 돈앞에 사람 특히 정치인들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보여준다.

또 정치인의 이념이나 정책이 현실앞에 얼마나 무기력한가를 시사한다.

현실적으로 정치인의 수입과 지출이 불균형을 이루고 있으므로 "뒷돈"에
의존할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 현역의원의 경우 초선의원은 월평균 1,000만~2,000만원, 계보를
유지하는 중진급은 4,000만~5,000만원이상이 정치자금으로 드는 모양이다.

그들의 수입은 월370만원 가량의 세비와 당지원금 그리고 정치자금법이
인정하는 후원회를 통한 모금뿐이다.

그러나 연간 1억원까지 모금할수 있는 후원회를 통한 정치헌금은 94년의
경우 한도액을 달성한 의원이 10여명에 불과했다.

일반 가계는 "수입내 지출"이 원칙이고 지출이 수입보다 늘어나면 파산
된다.

정치인도 깨끗해지려면 정당한 수입내에서 지출할수 있게 해야한다.

정치풍토가 깨긋하지 않으면 사회풍토도 깨끗해질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정치인은 돈 안드는 정치를 하고 정치자금은 국고에서 부담하는
방법 등을 연구할 필요가 있지않을까 생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