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컴덱스는 정보통신업계에서도 본격적인 강력한 파워게임이
시작됐음을 보여줬다.

아이디어를 가진 중소기업보다는막강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이 전세계 정보기술(IT)시장의 주류를 장악할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했다.

지난해와 올해 정보통신업계를 휩쓸었던 인수 합병의 열기로 규모가
커진 대기업들은 컴덱스라는 무대를 통해 전략적 제휴를 공공연히
표명했으며 자사를 지지하는 지원업체들의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IBM 애플 모토로라는 파워PC연합의 결속력을 공공히 다지기 위해
올해도 별도의 공동전시관을 마련했으며 3백여개의 협력업체들이
파워PC칩을 채용한 시스템과 관련 응용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특히 세계적인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로터스사를 인수한 IBM은
응용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마이크로소프트에 도전장을 내놓고 워드프로세서
표계산 프로그램 신제품을 무기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95에 맞불 작전을
폈다.

파워PC관 맞은편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별도의 전시관을 마련,
1백15개의 협력업체들이 내놓은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소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가 이제 PC운영체제 개발업체가 아니라 컴퓨터의
기종을 초월해 소프트웨어 전분야에 걸쳐 고객이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는
종합 솔루션업체임을 과시했다.

워드퍼펙트를 인수한 바 있는 노벨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네트워크 시장
진출을 강력 저지하기 위한 교두보를 컴덱스전시장에 마련하고 네트워크
분야에서의 경험과 기술력을 강조하며 지능형 세계 네트워크를 제안했다.

인텔은 1천여개 이상의 PC제조업체들이 자사의 제품을 컴덱스에서
신규채용했다고 선전했으며 이에 대항해 넥스젠을 인수한 AMD사는
인텔의 686칩인 "펜티엄 프로"성능에 버금가면서도 가격을 대폭 낮춘
새로운 CPU를 선보였다.

정보통신산업을 이끄는 대기업들은 자사의 기술력과 마케팅력을
바탕으로 전세계 관련업체들을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자사의 세력권안에
감싸 안으려는 의지를 뚜렷이 나타냈다.

멀티미디어 분야도 모험기업보다는 중견기업이상의 약진이 두드러졌으며
인터넷에서도 새로운 강자들이 하나 둘 눈에 띄기 시작했다.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윈도95를 중심으로 각종 기능을 첨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윈도95라는 용광로에 모든 소프트웨어들이 녹아드는 현상을 보였다.

특히 윈도3.1 등이 다루지 못했던 인터넷등 통신기능을 윈도95가 대폭
지원함으로써 인터넷용 윈도95관련 프로그램들이 대거 선보였다.

컴덱스 참가업체들은 각자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새로운 틈새시장을
발견해내려는 노력과 함께 이 분야를 이끄는 주요 업체들과 보조를 맞추며
산업표준화등에 함께 참여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컴덱스 주최측인 소프트뱅크 컴덱스사는 올해 추계컴덱스에는
2천2백개의 업체가 참가해 7천개의 신제품이 쏟아져 나왔다고 최종
집계했다.

또 20만5천여명이 컴덱스를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