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동아 대림등 총수들이 소환된 대기업들은 검찰의 수사방향에 촉각
을 곤두세우며 검찰의 질문에 예상답변서를 미리 준비하는등 철저한 준비
태세를 갖추는 모습.

비서진들은 특히 이번 소환조사가 돈과 관련있는 문제라 "자금담당"과
"법무담당"비서를 총동원, 총수들의 검찰조사에 대비했다.

재계는 주요그룹 총수들이 대부분 조사를 받게됨으로써 "소환태풍의 큰
고비는 넘긴 셈"이라고 자위하면서도 일각에선 "집안일로 총수들이 해외
에서 급거 귀국하거나 불안하게 체류함에 따라 해외사업기회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등 볼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편 10대이내 그룹중 선경 기아 한진 한화 등은 "아직 소환통보가 없어
오히려 불안하다"며 자신들의 차례를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8일 오전 한남동 자택에서 바로 검찰청으로 출발한 이건희삼성그룹회장
은 출발 직전까지 자금담당 임원및 그룹법무팀과 검찰조사에 대비한 도상
연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자경 LG그룹명예회장은 성북동 자택에서 여의도 본사로 출근한뒤 9시께
김동인 상임법률고문과 함께 검찰청으로 직행.

구회장은 전날인 7일 다소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곤지암 골프장에서 몇몇
측근들과 골프를 치며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등 검찰출두에 앞서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이날 가장 먼저 검찰에 출두한 최원석동아그룹회장은 전날밤 홍콩에서
귀국한 뒤 자택에서 비서진과 그룹임원들로부터 보고를 듣고 검찰 출두후
대책을 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갑자기 검찰의 소환통보를 받은 이준용 대림그룹회장은 이날 평소와
같이 오전 7시께 그룹본사인 여의도 서울증권 빌딩에 출근했던 것으로 확인
됐다.

그룹관계자는 "이회장은 검찰의 갑작스런 소환통보에 사전준비도 별로
없었다"고 전언.

이날 오후 12시40분께 귀국한 한일그룹 김중원회장은 김정재부회장등 그룹
관계자들과 역삼동 자택에서 소환에 따른 대책을 협의한후 곧장 검찰청사로
향했다.

김회장은 언론에 국제그룹해체당시 한일이 국제상사등 5개사를 인수한 것이
주로 언급돼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이건 상관없는 일"이라고 잘라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은 정주영명예회장의 검찰출두 연기는 갑작스런 한파로 건강에
약간의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전혀 없다고 설명.

체질적으로 더위에는 무척 강하나 반대로 추위에 약한 정명예회장이
갑작스레 밀려든 추위로 약간의 감기증상을 보여 검찰에 미리 출두연기를
통보하고 양해를 구했다는 것.

출두를 9일 "오후"로 연기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부연.

현대그룹관계자는 "정주영회장은 6공당시 벌써 명예회장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었기 때문에 소환되더라도 정세영회장이 소환될 것으로 보고
정명예회장의 출두를 준비하지는 않았었으나 그로인해 날짜를 연기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그룹 총수들이 검찰조사를 받을때 함께 묻어서 받는게
주목도 덜받고 좋다는 것을 잘 알고있으나 그보다는 정주영명예회장의
건강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뿐"이라고 강조.

<>.검찰의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 조사와 관련, 해외에 계속 머물고 있는
김우중대우그룹회장과 신격호롯데그룹회장의 귀국시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 그룹측에서는 "매도 같이 맞으면 덜 아프다"며 회장이 속히 귀국해
다른 그룹 총수들과 함께 조사에 응했으면 하는 눈치이나 비즈니스가
마무리되지 않아 귀국이 늦춰지고 있다는게 이들 그룹관계자들의 설명.

김회장은 당초 중국에서 지난 2일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폴란드의 FSO사
인수팀쪽에서 "회장의 지원사격"을 요청해와 폴란드로 기수를 돌려 오는
14일(현지시각) 계약을 앞두고 있다.

한편 롯데의 신격호회장은 당초 이달 중순께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검찰의
소환조사에 응하기 위해 조만간 귀국할 것 같다는게 그룹관계자들의 설명.

신회장은 평소 홀수달에는 한국에서, 짝수달에는 일본에서 집무하는 관례를
지켜왔는데 지난달에는 한국에서의 업무가 지연돼 중순이 지나서 일본에
갔고 때문에 일본에서의 귀국도 다소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롯데의 또다른 관계자는 "신회장의 지병인 신경통이 악화된 것도 귀국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 임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