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회장이 비자금에 연루됐다는 보도를 접한 대우그룹 임직원들은
이날 아침까지만해도 "설마"하는 실낱같은 기대를 갖고 있다가 검찰이
오전 브리핑에서 대우의 연루사실을 확인하자 망연자실해 하는 표정.

특히 보도진이 몰려든 그룹 홍보실 직원들은 한편으로는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공세에 답하고 다른 한쪽으로는 검찰쪽의 수사진행상황과 전경련 긴급
회의 상황을 체크하느라 벌집 쑤셔놓은 듯한 분위기.

이 와중에도 한 관계자는 "검찰얘기로는 비자금 연루기업이 한 두개가
아닌데 설마 모두 처벌하겠느냐"며 일말의 기대를 내비치기도.

<>.회장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만나 "실명제 직후인 지난 93년
9월 당시 기조실장이었던 서형석회장으로부터 "괴자금 제공 제의를 받았다"
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토로.

이 관계자는 "당시에는 께름칙한 돈이라 제의를 거절한 줄 알았는데 이런
사태가 올줄은 몰랐다"며 아쉬워하는 표정.

그는 또 이번 사건으로 대우의 이미지가 실추되면 해외에 벌여놓은 사업들
에 적잖은 지장이 예상된다며 걱정하기도.

<>.이날 대우센터 25층에 있는 회장실에는 아침 일찍 낯선 인사들이
방문한 가운데 대우직원들이 서류더미로 보이는 보따리와 법전등을 들고
부산히 드나들어 "벌써 검찰의 조사가 시작된 게 아닌가"하는 추측을 유발.

이우복회장과 이경훈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이 방의 안내원들은 방문객이
누구인지를 묻는 질문에 "외부인사"라고만 답변하고 구체적인 신원이나
방문목적에 대해서는 "모른다"로 일관.

한편 이경훈회장은 전경련회의 참석했다 피로에 지친 표정으로 오후에
돌아와서는 집무실에서 그룹관계자들과 대책을 숙의.

또 이우복회장은 방문객들이 돌아간 후 역시 11시30분쯤 어디론가 외출.

<>.그룹 회장실이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는 것과는 달리 계열사 직원들은
적어도 겉으로는 평온을 유지.

대우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도덕성에는 멍이 들겠지만
합의에 의한 차명인만큼 법적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지 않느냐"며 낙관적인
기대를 표명.

또 한 직원은 "김회장이 1백억원을 실명전환해준 것은 마음이 여려 노씨의
부탁을 뿌리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다소 "순진한" 해석을 붙이며
애써 김회장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