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파문으로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노태우전대통령은 30일 "무슨
일이 있더라도 평생 이땅에서 국민과 더불어 살고싶다"며 "해외출국 불
가피설"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피력.

노전대통령은 이날 낮 연희동 자택에서 충북음성 꽃마을 오웅진신부를
면담한 자리에서 "국민들에게 한없이 부끄러우며 모든 책임을 지고 어떠한
처벌이라도 달게 받겠다"며 이같이 밝혔다는 것.

노전대통령내외가 재임시 꽃동네의 후원인이었던 인연으로 연희동을 위로
방문한 오신부는 "노씨 부부와 점심을 함께 2시간여동안 얘기를 나눴다"며
"두사람 모두 기운은 없어 보였지만 건강은 양호한 상태였다"고 언급.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돈을 썼다"는 노전대통령의 대국민사과 내용에 대해
오씨는 "노전대통령이 매달 1천원을 후원금으로 냈다"고 설명.

한편 이날오후 연희동에는 정구영 한영석 전수석 등 육사들이 찾아와 향후
노씨의 검찰출두에 대비한 법률적 조언과 준비작업을 벌였다는 후문.

<>.노전대통령이 박영훈비서관을 통해 이날 검찰에 제출한 소명서에 대해
측근들은 하나같이 함구로 일관.

이 소명서는 정해창전비서실장 최석립전경호실장 정전민정수석 김유후
전사정수석등이 중심이 돼 전날 시내모처에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은 소명서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입을 다문채 "개괄적인 내용"
이라고만 언급.

정전실장은 "사안의 성격상 장부로 남길 일도 아니고 노대통령의 기억에도
한계가 있는 것"이라고 밝혀 개괄적인 수준에 그쳤음을 시사.

다른 측근도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며 "이제는 더이상 아무것도 할것이
없다"고 구제적인 확인을 거부.

<>.이번 소명자료 내용중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대선자금과
관련, 연희동측은 이를 "지렛대"로 이용해 여권과의 최종담판 재료로 삼을
것으로 관측이 지배적.

이에 따라 연희동측은 노전대통령의 검찰출두에 앞서 소명서에 대한 검찰및
여권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대선자금"에 대한 언급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설이 유력한 상태.

이와 관련, 정전실장은 "대선자금 문제가 숨길 사안은 아니지만 대선을
치른 측에서 밝야할 것"이라며 은근히 정치권에 이문제를 떠넘기려는 듯한
모습.

다만 이날 제출한 소명서 내용이 "성의없고 부실하다"는 여론이 비등하자
측근들은 검찰에서의 진술을 통해 노전대통령이 추가로 밝힐수 있는 부분에
대해 협의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김정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