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2~3년 늦게 가입하는 한이 있더라도 한국은
금융시장 개방을 서둘러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성급하게 개방을 추진하다가는 멕시코 페소화 폭락사태와 같은
금융위기를 겪을 위험성이 있으니까요.

금융시장개방은 5~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폴란드를 비롯한 구사회주의국가의 경제개혁에 적극적인 자문을 해주고
있는 제프리 삭스(41) 미하버드대교수는 지난28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충고했다.

-OECD가입과 관련, 한국은 어떤 준비를 해야한다고 보는가.

"가장 크게 변화돼야 할 부문은 금융정책이다.

낙후된 금융제도가 한국기업이 외국기업과 관계를 맺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에 금융시장을 자율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러나 지난 10여년동안 금융시장 자율화를 추진한 나라치고 한바탕
홍역을 치르지 않은 나라가 없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지난 94년의 멕시코 금융위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재정정책에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고령인구가 늘어나 연금지급 부담이 커질 것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은 60세이상이 전체인구의 7%정도로 17%인 미국과 비교하면 아직
여유가 있는 편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60~70년대 정부가 미래성장률을 지나치게 높게
전망하고 연금지급을 보장한 것이 화근이었다.

장기적으로 개인연금제도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통일에 대비한 경제정책은.

"통일직후 독일정부는 동독지역의 임금을 5년안에 서독수준으로
높이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지난 5년동안 동독임금은 서독의 75%까지
급상승했다.

그러나 생산성이 서독의 5분의1에 불과했던 동독기업들은 임금인상으로
대부분 문을 닫아야 했다.

한국도 통일후 북한의 임금을 인위적으로 남한 수준으로 끌어 올리려는
등의 무리한 목표를 설정해서는 안된다.

40년에걸쳐 격차가 발생했다면 그것을 없애는데는 최소한 20년은
걸린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