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이론은 설명이 쉽지 않다.

배우기 어려운 것도 그 때문.따져보는 것도 그렇지만 수치가 나오면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감을 잃는다.

이준구교수(서울대.경제학)는 경제학에 관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워낙
어렵다고 생각해 포기한 사람이 적지 않은 점을 감안, 최근 경제이론을
사례 중심으로 쉽게 설명한 "열린 경제학"(삼성간)을 펴냈다.

이교수는 이책에서 "한계이론" "기회비용"등 경제학의 기초개념이나 이론
뿐만 아니라 상당히 높은 수준의 이론도 함께 설명했다.

"경제현상을 분석하고 앞으로의 경제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경제학 나름의
인과관계를 이해해야 합니다. 이 인과관계속에 흐르는 기본논리를 알아야
하는 것이죠. 이 논리를 제대로만 이해하면 경제학은 아주 쉬운 학문이 될
수도 있어요"

그는 경제학이 합리적인 사고의 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아주 유용한
학문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가정아래 사물을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죠.
이것이 경제학의 기본과제입니다"

그는 또 독자들이 경제이론의 개념과 논리를 생각할 수 있도록 사례를 많이
들었다.

복잡한 수식이나 통계로 설명하는 것보다 문제를 생각하는 과정에서
경제적인 직관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 "열린 경제학"의 임무라는 설명이다.

"경제학자라고 해서 인간의 합리성이 모든 것을 초월한다고 믿지는
않습니다. 최근에는 경제학의 분야가 결혼이나 종교에 대한 분석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 분야까지 합리성의 잣대로만 재는 것은 무리지만
그속에 경제적인 측면이 있음은 부정할 수 없죠"

경제학은 기본적으로 선택의 학문이며 결혼이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의미
한다는 점에서 경제적인 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

그는 또 경제학이 현실을 분석하고 예측할 수는 있지만 경제학자가 해결책
을 낼 수는 없다고 말한다.

"경제학은 가치판단에 따라 여러 모습을 띨 수 있습니다. 경제학자는
현실의 경제가 갖는 문제점을 분석하고 여러종류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지만
현실경제에 깊이 개입, 처방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그것은 정치가나 다른
분야 종사자에게 맡길 사안이죠"

그는 앞으로의 경제학은 인간의 삶의 질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갖게될
것이라고 얘기한다.

"환경이나 복지문제등으로 경제학의 영역이 확대될 것입니다. 최근에는
문화경제학이라는 개념도 도입되고 있죠"

이교수는 경제학의 경우 패러다임의 큰 변화는 생겨나기 어렵겠지만 고도로
전문화되는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한다.

이교수는 서울대경제학과를 졸업한뒤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주립대 교수를 거쳐 84년부터 서울대에 재직하고 있다.

< 오춘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