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4일간 개최되는 유엔창설 50주년기념 특별정상회의는 국가원수 95명,
정부수반 48명등 각국 정상급인사가 사상 최대규모로 참가하는 대규모 국제
행사이다.

이번회의의 가장 커다란 주제는 탈냉전시대를 맞아 유엔의 역할과 기능을
어떻게 재정립하느냐는 점이다.

회원국들간에는 그동안 유엔개혁에 관한 두가지 견해가 대립해 왔다.

하나는 유엔의 역할을 제한된 범위로 한정시켜야 한다는 입장이고 다른
하나는 탈냉전시대에서 신국제질서정립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
이다.

미국 유럽등이 주장하고 있는 전자의 입장은 소말리아나 보스니아사태에서
보듯이 국제분쟁이나 평화파괴행위에 대해 유엔이 그동안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이들국가는 유엔의 조직및 활동축소등을 통해 유엔의 재정적자위기를 먼저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한 스웨덴 멕시코 이집트 인도등은 세계 1,2차대전이후
세계가 평화체제를 유지했던 것은 유엔의 기여가 컸다는 전제아래 유엔이
앞으로도 제기능을 발휘하려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6.25전쟁에서 유엔군의 참전으로 공산주의침략을 막아냈던 한국
으로서는 국제사회에서 도덕적인 힘을 행사할수 있는 곳은 유엔이외의 대안
이 없다는 입장이다.

EU(유럽공동체)나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같은 정치블록을 갖고 있지
않은 한국입장에서는 더욱 유엔의 국제평화유지활동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볼수 있다.

김영삼대통령이 23일새벽(한국시간) 특별정상회의에서 "유엔의 변화와
개혁-21세기 세계공동체시대를 향한 새출발"이란 제목의 연설을 통해 유엔
개혁의 비전을 모색하기 위한 "유엔개혁을 위한 특별총회"개최를 제의한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 출발하고 있다.

유엔은 지난 50년간 18번의 특별총회를 통해 팔레스타인문제, 남아공
인종차별, 신국제질서, 군축, 개도국 경제개발지원, 마약퇴치등 주요 국제
현안들을 논의해 왔다.

김대통령의 이번 "유엔개혁을 위한 특별총회" 개최 제의는 탈냉전시대이후
신국제질서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유엔에 대해 과감하고 전반적인 개혁
을 단행하고자 각국 지도자들에게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대통령은 또 21세기를 전인류가 공존 공영하는 참다운 세계공동체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세계정상들이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앞으로
5년마다 유엔정상회의를 정례적으로 개최하고 그첫번째 회의를 2000년에
개최할 것을 제의했다.

이 또한 전세계 정치지도자들에게 유엔역할의 확대와 강화를 촉구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김대통령은 이외에 유엔활동의 구체적인 참여방안으로 <>유엔평화유지활동
(PKO) <>유엔개발 환경사업분야참여 <>재정기여등을 제시했다.

김대통령이 이처럼 유엔의 적극적인 역할과 기능을 강조하고 전면적 "변화
와 개혁"을 주장하고 나선데는 우리나라의 국력에 걸맞게 유엔활동에 참여
하겠다는 자신감이 작용하고 있다.

< 뉴욕=최완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