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기업의 하나인 LG그룹이 대기업들의 숱한 명멸과 부침의 역사속
에서도 줄곧 거대 우량기업으로의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조급하지
않으면서 환경 변화를 경영시스템에 신속하게 수용하는" 신축성있는 경영
체제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단적인 예로 근무시간 자율선택제(flexible time system)를 들 수 있다.

현재 LG화학 LG전자 등 간판기업들이 시범 실시하고 있는 이 제도는
임직원들로 하여금 출근시간은 오전 7시부터 10시사이, 퇴근시간은 오후
4시부터 7시사이에 30분 단위로 자율 선택한 뒤 지키도록 하는 시스템.

삼성그룹이 "오전 7시출근, 오후 4시 퇴근"이라는 파격적인 조기출퇴근
제도를 치고나오자 "LG적으로" 이를 수용해낸 것이다.

"인간중시와 자율존중"을 모토로 하는 이른바 LG이즘은 상대적으로
리버럴한 임직원 상하간 관계에 이르기까지 그룹 곳곳에 짙게 배어 있다.

대신 LG는 임직원 개개인들에게 "자율"에 상응하는 "성과"를 엄중하게
묻고 인사에 반영해 나가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 확대 실시하고 있는 발탁승진제도는 "자율경영취지를 성실
하게 수용해 열심히 일하는 LG맨들에게는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준다"는
정신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상여금을 개인편차에 따라 최대 600%까지 차등지급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LG는 올 2월 구본무회장이 취임한 이후 정밀화학 유전공학 멀티미디어
정보통신등 첨단 신규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또 민자발전사업을 비롯해 신항만개발 환경 유통 영상미디어등 분야의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으로는 처음 3세경영체제를 맞아 "인화"라는 전통의 바탕위에
"능동.진취"를 덧칠하고 있는 LG인만큼 당분간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경영
혁신 작업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도 미리 알아둬야할 사항일 게다.

<이학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