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국교정상화 이후 30년은 식민지지배등으로 얼룩진 두 나라 관계를
정상화하는 시기였다.

그러나 양국관계가 진정으로 정상화되고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로 발전하려면
아직도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다.

우선 양국은 아직도 과거사문제로 인한 앙금을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

일본관료들의 역사인식이 결여된 망언도 예전과 다를바 없이 툭하면 터져
나온다.

일본총리가 바뀔때마다 "사과와 반성"을 되뇌지만 일본이 진심으로 반성
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본은 일본대로 불만이다.

왜 자꾸 과거일에 매달려 "사죄와 보상"만을 외쳐대는지 알수없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혐한감정을 부추기는 책들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기도 한다.

물론 일부 양심적인 인사들이 없는건 아니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대동아
전쟁은 성전"이었음을 주장하는 우익들의 목소리에 짓눌려 있다.

그러나 원인제공자는 어디까지나 일본인 만큼 결자해지차원에서 일본측이
성의있는 자세로 임하는게 순서다.

우선 군대위안부에 대한 보상문제만해도 92년 일본정부의 진상조사결과
정부관여가 드러났음에도 불구,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지부진하다.

재일한국인의 법적지위 문제도 지난 91년 <>지문날인제도 철폐 <>강제퇴거
사유 완화등 일부 개선되기는 했으나 대다수 재일교포가 요구하고 있는
<>외국인등록증 상시휴대폐지 <>강제퇴거및 재입국허가제 폐지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재일동포들의 처우개선 문제도 현안중 하나다.

재일교포들은 일본의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에도 취직을 할수 없다.

물론 외국인의 공무원채용을 제한하는 것은 수긍할수 있으나 재일교포의
경우 이미 3대에 걸쳐 일본을 생활터전으로 삼아왔다는 점에서 일반외국인과
는 역사적 배경이 다르다고 할수 있다.

이처럼 한일간에는 기해결 과제보다 앞으로 가슴을 열고 풀어나가야할
숙제가 더 많다.

이를 위해 일본은 먼저 과거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한국민의 응어리를 풀어주지 못할경우 한일관계는 "다테마에"(입전.겉치레)
로만 좋고 "본네"(본근.속마음)로는 삿대질만 해대는 지금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한 일본전문가는 "일본은 지금 원폭피해자로서의 억울함을 전세계에 호소,
평화애호국이라는 이미지구축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미국보다 원자탄을 먼저 개발했을 경우 과연 2개만 투하
했을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본인들은 우선 이 질문을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 김정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