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일로 금융실명제시행 2주년을 맞아 홍재형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
은 지난 2년동안의 금융실명제 시행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앞으로도
이 제도의 정착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다짐하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다.

홍부총리의 담화가 아니더라도 시행초기 자금시장경색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던데 비해 큰 부작용없이 금융실명제가 정착된 느낌이다.

지난 6월말 현재 제도금융권의 총예금 405조4,267억원중 96.9%가
실명확인을 마쳤으며 가명예금은 430억원에 불과했다.

아직 실명확인 절차를 밟지 않은 9조1,000억원도 상당부분은 당장
실명확인할 필요가 없는 장기 예.적금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금융실명제의 정착이 반드시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우선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차명 예금중 실명전환된 금액은
3조5,049억원에 불과해 내년부터 금융소득 종합과세가 시행되면 이 돈이
어떻게 움직일지 주목된다.

특히 대규모 자금이동을 틈타 신분 노출을 꺼리는 거액의 뭉칫돈이
금융시장을 이탈해 부동산투기나 사채시장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대비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라고 본다.

또한 금융실명제가 시행된지 2년이 지났지만 사채,무자료거래,과외등
세금한푼 안내는 지하경제는 끄떡없이 움직이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사채이용규모를 지난해 경상 국민총생산의 11%가
넘는 34조원으로 추정 발표했으며 한국조세연구원은 지난해 지하경제
규모를 26조6,523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들 조사연구의 추정방식이나 추정결과의 신뢰성에 대한 시비가
없지 않겠으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사채를 포함한 지하경제의 규모가
여전히 엄청나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최근 터져 나온 전직 대통령의 4,000억원 차.가명 예금보유설이
국내 정치및 경제에 엄청난 파문을 던질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하경제를 뿌리 뽑아 과세형평을 꾀하고 국민경제의 선진화를
앞당기는 금융실명제의 목적달성은 정부의 개혁의지가 얼마나 확고하며
효과적인 정책보완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수 있다.

지하경제를 뿌리뽑기 위해서는 우선 투기,뇌물,탈세등 음성적인
소득발생원을 강력하게 단속해야한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격언대로 떳떳하지 못한 소득이 생기면
어차피 이 돈은 신분노출을 꺼려 지하경제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또한 사채규모가 엄청난 것도 제도금융시장이 효율적으로 금융수요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기 때문이므로 관치금융의 타파및 금융시장 개방을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비뚤어진 교육현실을 바로 잡으면 음성적인 과외 열기도 사라지게
마련이다.

또 한가지는 금융실명제를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차명계좌를 없애기 위해 남의 이름으로 금융자산을 가진 사람뿐만
아니라 이름을 빌려준 사람도 처벌해야 한다.

또한 탈법행위를 방조한 금융기관 임직원의 처벌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분리과세형 금융상품의 남발을 막고 부동산 실명제를
강화하며 신용카드사용을 촉진하여 과표양성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