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와 습도가 모두 높은 여름철이 되었다.

이렇게 후텁지근한 날씨에는 음식물도 상하기 쉽고 사람들 또한 땀을
많이 흘리게 되어 다른때보다 향기롭지 못한 냄새가 발생할 소지가
커지게 된다.

기차의 객실등에서 "신발을 벗지 맙시다"라는 권고문안까지 접할수 있는
것도 이 냄새때문인데 고약한 발냄새의 주범자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도 발바닥이 뜨거워 신발에서부터 발을 꺼내지 않고는 못견디는
사람들이 있다.

족심열은 문자그대로 발바닥(족심)이 뜨겁게(열) 달아오르는 증상이다.

한의학을 이야기할때 빼놓을수 없는 경락학설에 따르면 발바닥의 가운데
부분은 신의 경락이 처음으로 시작되는 용천혈이 있는 곳인데 샘솟듯
뿜어져 나온다는 혈명이 뜻하는대로 정상인은 신의 기능이 발바닥에서부터
잘 발휘되어야한다.

이런 한의학 이론을 지혜롭게 응용한 풍습이 바로 장가가는 신랑의
발목을 친구들이 움켜잡고 발바닥을 두들겨 패는 것이니 이는 용천혈을
자극하여 성기능을 관장하는 신을 강화시킴으로써 첫날밤을 잘 치르도록
배려인 것이다.

아무튼 신의 기능이 허약한 소위 신허한 사람들은 당연히 발바닥에도
이상증상이 나타날수 있으며 대표적인 것이 족심열이다.

족심열이 있는 사람들은 신발이 답답하게 느껴져서 틈만 나면 벗으려
하고 열이 심하게 날때에는 금속등과 같은 차가운 부분에 발바닥을
대어서 식히려 하며 밤에 잠을 잘때에도 발만은 이불밖으로 내어놓으려
한다.

간혹 발바닥의 열감보다는 통증을 더욱 심하게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특히 발뒤꿈치 부분이 많이 아파서 걷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들다는 불평을 한다.

이를 한의학에서는 족근통이라 하는데 이 역시 신허할때 나타날수 있는
특징적인 증상이며 치료는 당연히 보신으로 귀결된다.

공공장소에서 신발을 함부로 벗지 않는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도 신이
튼튼해야 하는 법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