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철장기신용은행장".

윤병철하나은행장은 지금쯤 이런 타이틀을 달고 있을 뻔했다.

자신이 맘만 달리 먹었으면 그렇다.

윤행장은 그러나 장기신용은행의 영입의사를 정중히 고사했다.

그가 밝히는 고사의 변은 이렇다.

"하나은행은 손때가 묻은 조직이다.

은행전환때부터 지금까지 온갖 정성을 쏟아왔다.

하나은행이 명실상부한 일류은행으로 자리잡는데 기여할 일이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물론 윤행장의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수
없다는 시각도 금융계엔 존재한다.

그러나 적어도 하나은행직원들만은 곧이 곧대로 믿는 분위기다.

하나은행이 국내외에서 최우수은행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성장한
것은 상당부분 윤행장의 공이라는 것이다.

이런 추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윤행장이 필요하다는게 직원들의
얘기다.

이런 신뢰가 나온 배경은 무엇일까.

오는 25일 창립24주년 은행전환4주년을 맞는 하나은행의 윤행장을
만났다.

-하나은행은 종전 "무서운 아이"에서 이제는 "중견은행"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직원들이 열심히 해준 덕분이다. 고객들이나 주위에서도 많이 도와줬다.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하나은행의 성장세도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정부가 거액여신 총액한도제를 실시한데 이어 신탁비대화에
제동을 걸고 나오는등 영업여건이 악화된 것도 사실이다.

"지난 4년동안처럼 고속성장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나름대로의 대책을 갖고 있다.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추고 고객들을
다단계화가는등 뿌리내리기작업을 지속한다면 성장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 대책을 얘기해 달라.

"지금까지의 지역하나은행주의를 지속,지역밀착경영을 더욱 강화하겠다.
아울러 지난4년동안 축적된 고객자료를 관리,세무에서부터 재테크까지
토탈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직원 하나하나를 프로의식을 가진
은행원으로 성장시키겠다"

-하나은행이 추구하는 은행상은 무엇인지.

"작지만 좋은 은행이다. 고객을 철저히 세분화해서 그에 걸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그러기위해선 건전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날렵한 조직을
지향하며 빠른 서비스체제를 구축하는게 필수적이다"

-최근 은행합병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합병바람이 불면
하나은행도 그 대상이 될 것으로 보는데.

"은행간 합병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인위적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자유스런 경쟁을 하다보면 시장기능에 따라 합병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그러나 반드시 규모가 크다고 능률적이고 질이 좋은 은행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지난85년부터 한국투자금융사장 하나은행장을 맡으면서 10년넘게
최고경영자의 길을 걷고 있는 윤행장은 신입행원들에게 "은행을
위해서 일하지 말라. 자신이 최고의 은행가(banker)가 되기 위해
노력하라"고 말하는 직원중심의 철학을 갖고 있다.

이런 철학이 직원들에게 스며들어 하나은행을 은행전환4년만에 총수신
10조5천억원 총자산 12조5천억원의 중견은행으로 성장시킨 발판이
됐다는게 금융계의 평가다.

<하영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