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냐 알루미늄이냐"

자동차의 핵심 소재자리를 놓고 철강과 알루미늄간 "세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철강및 알루미늄업계가 배후에서 엄청난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며
이싸움을 독려, 경쟁이 보다 치열해지는 양상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유럽이
최근 분석.보도했다.

현재 자동차 한대당 강철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게기준으로 평균 55%,
자동차생산에 필요한 소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등 단연 지배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알루미늄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다.

강철의 자리를 빠른 속도로 잠식, 중량기준으로 지난 80년대에 비해 2배에
이른 7%수준까지 급성장했다.

"알루미늄차"에 대한 자동차업계의 관심이 높아가면서 알루미늄은 공세,
철강은 수세의 위치에 놓여있는 분위기다.

지난해 독일 폴크스바겐사는 미국 알루미늄업체인 알코아와 공동으로
"아우디 A-8"이란 고급용 세단을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

이를위해 알코아사는 수억달러를 투자, 자동차프레임 공장을 세웠으며
금년중 1만5천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미제너럴모터스(GM)사의 유럽 현지법인인 아담오펠사는 지난3월 제네바
모터쇼에 알루미늄 차체를 사용, 무게가 불과 6백kg에 불과한 소형승용차를
선보였다.

이회사는 알루미늄소재를 미래차의 상징으로 부각시켰다.

알루미늄소재를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미포드사는 지금까지 연구개발비
로 3천5백만달러를 투자했으며 6년후면 알루미늄차의 대량생산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상당수 자동차업체들이 알루미늄자동차 개발에 집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경량성"에 있다.

가벼울수록 그만큼 연료소비량이 적어 경제적이란 점을 높이 평가한다.

프랑스 르노자동차의 앙리 마티올롱 대체소재연구실장은 "보다 가벼운
강철이 개발되고있으나 이는 데탕트를 위한 키신저의 노력처럼 그결과가
미미하다"고 전제, "알루미늄만이 경량화를 급격히 앞당겨 줄것이다"고
단언했다.

또 강철보다 주조및 성형이 쉬운 장점도 있다.

이들은 철이 튼튼하여 "안전성"이 높다고 하나 부서진 차들을 길거리에서
흔히 볼수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알코아사의 폴 오닐사장은 지난해 가을 알루미늄을 많이 사용한 차를
개발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10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선언하는등 알루미늄
업계의 열의도 상당하다.

그러나 철 우위론자들은 알루미늄이 비싼점을 최대 약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자동차 엔진뚜껑을 만드는데 철을 사용할 경우 23kg, 17.50달러가 소요되는
반면 알루미늄은 11.4kg 35달러가 든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알루미늄 재료가 가벼운대신 비용은 곱절이 든다는 얘기다.

GM과 포드가 70년대말 오일위기 이후 한때 알루미늄후드를 사용하다 곧
강철후드로 교체한 것이 이를 입증해 준다는 것이다.

강철은 자동차를 만드는데 1백여년간 활용돼 그 노하우가 많으며 산업의
발전속도가 빨라 보다 가볍고 강한 철이 개발되고 있는 것도 또다른 장점
으로 들고있다.

자동차소재로 가벼우면서도 고강질의 강판을 사용해온 독일의 BMW사는
"자사의 세단이 아우디 A-8시리즈 보다 무게가 50~1백kg 무거우나 에너지
효율성은 비슷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철강업체들은 "포셰"의 엔진을 공동 개발하는등 수성을 위한
상당한 단결력을 보이고 있다.

값싸고 튼튼하며 에너지소비가 적은 자동차.철강과 알루미늄은 이같은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자신이라며 업계의 지원아래 치열한 자리다툼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