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류 통관지연을 이유로 한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미국이
지난 15일 한국정부가 제시한 담배양해록(ROU) 개정방침에 대해 구체적
인 대안이 담겨있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입장통보를 연기,사실상 우리측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미국의 태도는 지난 2월초 공노명외무장관의 방미시 우리측의
담배양해록 개정에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자국의 입장을 4월초까지 통보
키로 한 당초 약속과는 배치된 것으로 양국간 담배개정협상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미정부의 결정에는 국내 양담배시장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
는 미국대형담배기업의 치열한 로비결과로 드러나고 있어 추후 정부당국
의 강력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들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17일 "미국은 정부 부처간 협의부족을 이유로 입장
통보를 미루며 시간을 끌다 최근 우리정부의 채근끝에 지난 15일에야 우
리측 개정 방침에 구체적 대안이 담겨있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입장 통보
를 연기,사실상 우리 요구를거부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비공식 접촉과 자체조사 결과 이같은 입장통보 지연은 미
국 담배회사들의 로비가 그 주된 원인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최근 미국이
자신들의 이익이 걸린 감귤류 문제등에서 보인 태도를 감안하면 이는 이율
배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측은 오는 26일의 한미무역실무협의를 통해 우리측의 구체적
개정내용을 들어본 뒤에나 양국간 협의등을 통해 자국의 입장을 밝히겠다
고 전해왔다"고 덧붙였다.

미국측은 현재 우리측이 제시한 양담배 광고판촉규정 개정에는 대체로
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나 양담배에 대한 세금부과를 종가세로 개편하는
규정에는 담배회사들이 입을 타격을 우려,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담배소비세는 지난 88년 미국과의 통상협상 과정에서 체결된 담배양해록
에의해 담배관련 소비세가 담배소비세로 일원화됐고 세율(세액)도 20개비
1갑당 3백60원을 과세하는 종량세 체계를 적용해오다 작년부터는 1갑당 4
백60원이 부과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