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개방도 그렇지만 삼성의 승용차사업진출등 국내업체들 끼리의 경쟁도
치열해질게 분명한데. 자신이 있습니까.

<>김회장=열심히 하면 안되겠습니까.

-지난주에 개막된 제네바 모터쇼를 둘러보셨다면서요. 5월 개막되는 서울
국제모터쇼에는 어떤 차를 선보일 예정입니까.

<>김회장=벤츠와 합작으로 개발한 이스타나(ISTANA)란 차를 출품할 겁니다.
1.5t 미니밴인데 선보인후 바로 국내시장과 동남아시장에서 시판할 계획
입니다.

이스타나는 말레이지아어로 "궁전"이란 의미인데 우리 정서에 어울리는
것같아 이름을 그렇게 정했어요.

올 하반기에는 현대 기아도 미니밴 차를 내놓는다니까 이스타나로 한판
붙어 볼 작정입니다.

-석유사업이야기도 좀 들려주시지요. 쌍용정유가 곧 석유화학산업에
진출한다는 말도 들립니다만.

<>김회장=당분간은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국내 정유업계를 한번 보세요.
기초원료인 원유를 모두 수입하는 마당에 너도나도 석유화학업에 진출하고
있지 않습니까.

세계10위권안에 드는 기업이 되려면 먼저 석유산업의 기초 기반을 다져야
합니다.

쌍용이 벙커C유의 부산물을 어떻게 하면 줄이느냐 하는 데에 신경을 쓰는
이유도 그런데 있죠.

-이란의 아람코사와 합작으로 중국에 정유공장을 세운다는 계획은 어떻게
돼가고 있나요.

<>김회장=현재 확정단계에 있습니다. 중국정부의 승인만 남은 셈이죠.
중국 청도에 일산 20만-30만배럴규모로 약 15억달러를 투입해 건설할 예정
인데 쌍용측 투자규모는 몇천만달러에 불과해요.

곧 좋은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1년중 3분의1을 해외에서 보내는등 해외출장이 잦으신 것으로 알고 있지만
지난연말과 연초에는 그래도 너무 오랫동안 국내에 안 계셨죠.

그때 북한에 가 김정일을만났다는 루머도 돌았는데요.

<>김회장=그건 정말 루머에요. 집안일로 해외에서 오래 묵었는데 쌍용의
방북투자조사단이 맨먼저 북한에 들어 가다보니 그런 소문이 돌았나 봅니다.

-2차 방북단은 언제 파견할 생각이십니까.

<>김회장=개별 기업입장에선 대북사업을 성사시키기 방북을 서두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지금은 그럴 시기가 아닙니다. 북한은 아직 자본주의 관점에서
장점이 전혀 없는 나라입니다.

일개 그룹차원에서조차 접근이 불가능한 곳입니다. 지난번 북한을 갔다온
임원들 말을 들었더니 먹고 잘만한 장소도 제대로 없다는 거예요.

쌍용은 당분간 북한에 신규 투자같은건 안 할 생각입니다. 한다면 도로
항만과 같은 기본 인프라분야에 소규모로 투자하면 모를까.

쌍용은 기업들의 방북이 이어지기 전에 북한에서 시멘트 일부를 들여왔는데
이게 그만 국내 언론에 이게 보도됐었습니다.

북한당국이 당장 브레이크를 걸더군요. 남북협력사업이 그만큼 어렵다는
증거입니다.

그러나 분명한건 두번 다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쌍용양회에선 파인세라믹으로 관련다각화에 주력한다지만 신소재시장은
아직 미미한게 사실이지요.

차제에 다른 그룹들처럼 구조개편같은 것을 할 생각은 없습니까.

<>김회장=우리사회의 고질병중 하나가 남이 하니까 나도 따라하는 유행병
이라고 봅니다.

저는 그동안 "몸은 가벼워야 한다"고 공언해 왔습니다. 감량경영에 노력해
왔다는 얘기죠.

주어진 상황에 적응해 나가다 "이게 아니다" 싶으면 그때가서 구조개편을
단행할 겁니다.

구조개편을 하느냐 마느냐는 기업 스스로 판단할 일 아닙니까. 누가 하라고
해서도, 그래서 하는 일도 아닙니다.

-업종이나 사업구조외에 "기업은 사람"이란 말처럼 사람도 중요하지요.
요즘은 특히 "인사파괴"라는 조어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쌍용그룹의 회장으로서 "쌍용맨"들을 어떻게 보십니까. 쓸만한 사람은
많습니까.

<>김회장=사람판단은 주관적인 문제라고 봅니다. 기업따라 다르고 업종마다
차이가 나고 그런거 아니겠어요.

적어도 20년간 그룹살림을 꾸려 나가면서 느낀것은 그렇습니다. 예컨대
금융업은 펄펄 뛰어다니는 사람이 필요해요.

하지만 그런 사람은 시멘트같은 기간산업에서는 일하기 힙듭니다. 금방
뛰쳐 나갈 겁니다.

기간산업에는 뚝심있고 심성좋은 사람이 제 격이죠. 우수한 인재가 몰려
있는 기업은 우수기업임엔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경쟁력이 남보다 뛰어나다고
얘기할수 없다는 거지요.

쌍용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심성이 곱지 않은 사람은 채용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사람이 들어온다한들 버티기도 어럽겠고요.

-최근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느끼는게 많으실 텐데요.

<>김회장=정부의 경제정책은 예나 지금이나 대단히 중요하지요. 멕시코
경제가 파탄으로 치닫고 그래서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하게 된것도 다 멕시코
정부의 정책실패로 보면 틀림없습니다.

그런점에서 우리의 경제정책도 재검토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OECD회원국이
된다면서 우리의 경제정책은 항상 일정한 틀안에서만 맴도는 것 같아요.

기업이 움직일수 있는 범위는 "이거다"라고 정해 놓고 그 안에서만 활동
하라는게 너무 많다는 말입니다.

그래가지고는 고밀도 현상만 생깁니다. 경제는 결코 뻗어 나갈 수가
없습니다.

또 한가지, 우리는 자화자찬에 너무 쉽게 빠져버려요. 수출의 날 행사를
없애자고 저는 누누히 강조해 왔습니다.

5억달러수출이다, 10억달러 금자탑 수상이다하고 우리가 뭐하러 떠듭니까.
"우리는 돈이 없다"라는 제스처를 취해도 부족한 상황인데 자기도취에 빠져
있는 격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얻는데 뭡니까. 다른 나라가 각종 대한수입규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간접적인 원인제공밖에 더 하겠습니까.

-정부의 "울타리"때문에 선진 외국기업과 경쟁이 안된다는 말씀으로
들리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지요.

<>김회장=여신정책 하나만봐도 알수 있는것 아닙니까. 국내기업들이 국제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사실 더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할 상황입니다.

비가 올때(경기가 좋을 때)는 작은 그릇들을 동원해서라도 빗물을 받아야
합니다.

물이 넘쳐 흐르면 옆 독으로 넘어가는거고 그러면 모든 그릇들에 빗물이
차는거고..

그런데도 "독이 크다고 작은 독으로 바꾸라"고 한다는 식으로 빗댄다면
너무 심한 표현일까요.

외국업체들은 간편한 유니폼차림으로 뜀박질을 하는데 우리는 모래주머니
차고 뛰어야 하니 그래가지고 어디 경쟁이 되겠어요.

-한국보이스카우트연맹 총재를 10년이나 하시더니 얼마전부터는 장애인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장애인 학생들을 위해 장학기금으로 10억원을 내 놓으시기도 하고.

<>김회장=사회를 위한 봉사지요. 장애인은 특정계층이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요즘은 비록 회장이긴 하지만 개인차원에서 돕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느낍니다.

이젠 정부가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줄 때가 됐다고 봅니다. 그래야 개인들이
지원하는 것도 빛날수 있고..

< 정리 = 이성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