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뤼셀 김영규 특파원 ******

노령화 사회.

이는 유럽만이 겪는 현상은 아니다.

지난 30년간 인간의 수명이 평균 6년이상 길어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일반적 양상이다.

분명 바람직한 현상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복지국가임을 자부해온 유럽정부에는 노령화사회가 엄청난 짐이
되고있다.

출산율은 떨어져 연금을 적립하는 계층은 줄어드는 반면 연금 수혜대상및
그 기간은 날로 급증,재정부담이 해마다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의 조사에 따르면 노령화가 현추세를 유지할 경우
오는 2030년 유럽각국의 연금부담은 지난 80년에 비해 평균 40%이상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다.

80년을 100으로 할때 2030년에 프랑스 175 네덜란드 163 독일 141등 대부분
국가들이 현재보다 40%이상의 추가부담을 안게된다는 분석이다.

지금도 막대한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유럽정부로서는 앞으로 연금부담으로
인해 국가재정을 탕진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올만하다.

실제로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연금재정이 거의 바닥난 상태이며 한때
시재정의 11%를 문화분야에 투입했던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경우도 연금지불
부담이 커지면서 이제는 문화지원은 상상도 못하는 입장에 몰려있다.

각국 정부가 올들어 연금을 깎는데 온갖 방안을 동원하고 나선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자구책이다.

인플레율이 낮은 프랑스는 연금 인상률을 임금수준이 아닌 물가수준에 연동,
그 부담을 줄여나가고있다.

독일은 실업수당을 푀직당시 급여의 63%에서 60%로 내린후 이를 점진적으로
삭감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벨기에는 비정규 고용원에 대한 실업수당을 줄여나가고 네덜란드는 지금까지
일률적으로 지급해온 연금수당을 붙임에 비례하여 지급하는 것을 고려중이다.

또 이탈리아는 연금수혜 대상의 연령을 상향 조정하는 법안을 내놓았으며
스웨덴은 자녀양육으로 인한 휴가등에 대한 사회보장비율을 5~10%씩 줄이기로
했다.

국가마다 그 내용은 다소 다르나 한마디로 일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연금지불 부담을 최소화 하겠다는것이 공통점이다.

이에대한 유럽인들의 불만은 대단하다.

퇴직및 실직에 대비 월급의 15~30%씩을 부담해온 유럽인들은 연금혜택이
줄어드는것은 참을수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연금지급 연령의 연장으로 조기퇴직길이 막힌 50대근로자들의 불만은
보다 거세다.

선거때마다 유럽의 집권당이 곤욕을 치루는것도 투료율이 높은 50대
유권자의 반발에 따른 결과이다.

실비오 베를루스스코니 이탈리아 전총리가 권좌에서 물러난것도 자신이
운영하는 그룹이 노물증여 협의에 몰린것 못지않게 연금제를 개혁하려는데
대한 노조의 반발이 결정적인 역활을 했다.

장기실업자에 대한 지원금이 점차 줄어들면서 빈민가가 생겨나는 악순환도
나타나고있다.

미국식의 게토수준까지 악화되지는 않았으나 로테르담등 산업도시는 물론
프랑크푸르트 파리등 유럽의 주요도시에는 이미 유럽식 빈민가가 실업이
급증,빈민가는 범죄의 온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국내총생산(GDP)대비 사회보장부담률이 일본 12% 미국은 15%인데 반해
스웨덴이 34%에 이르는등 유럽 대부분국가가 20%수준을 훨씬 웃도는 사실을
감안하면 유럽은 아직도 세계에서 사회보장제도가 가장 완벽한 지역이다.

그러나 이곳도 일하지않는 자에게까지 엄청난 실업수당을 지불하며 온정을
베풀수있는 여력은 이미 사라졌다.

결국 유럽에서도 "요람에서 무덤가지"란 구호는 이제 근면한 근로자들에만
적용되는 시대에 접어든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