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대폭적인 계열사 정리조치는 어떤 형태로든 재계에
"군살빼기 도미노현상"을 몰고 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미 삼성그룹이 몇차례에 걸쳐 전주제지(현 한솔제지) 제일모직
제일합섬등의 분리를 실현시킨바 있어 이번 현대그룹의 조치가 재계에
"탈선단식 경영"을 재촉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보여서다.

이는 현 정부가 업종전문화등 경제력 집중완화및 소유분산정책에
각별한 신경을 쏟고있는 현실과도 맞물려 있는 사안이라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모그룹이 얼마전 "삼성이 10월말 단행한 구조조정내용에 대해 청와대
재경원 통산부등 당국의 평가가 매우 좋았다"며 "탈선단식 그룹경영을
유도한다는게 정책의지로 구체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내부 문건을 만들었던 데서도 잘 드러난다.

이와 관련해 주목을 모으고있는 것은 최근 대우그룹의 움직임이다.

대우는 2월초 대대적인 그룹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전자.중공업.무역.
금융으로 계열사를 묶어 소그룹체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그룹경영체제 개편이 현대.삼성류의 계열분리로 이어질지는
분명치 않지만 "그룹 순서상" 일부 "성의표시"로까지 발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게 재계일각의 지적이다.

LG그룹의 움직임도 주목거리다.

세간의 관측대로 이달말 구본무부회장이 그룹회장을 승계하면서 일부 계열사
를 통폐합하거나 아예 정리.매각하는 작업을 단행할 지 두고 볼 일이다.

이런 움직임은 선경 한진 쌍용등 "10대"이내에 들어가는 대기업그룹들에서
도 공통적으로 감지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액션"이 나타나지는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다만 일부 그룹의 경우는 "2세 후계구도"와 맞물려 형제간 분할상속이
예고돼 있기는 하다.

한진그룹의 경우 조중훈회장의 2세 4명이 대한항공.한진건설.한진해운.
한진증권경영을 각각 나누어 맡고있으며 한라그룹은 정인영회장의 장남이
중공업 시멘트 레미콘을, 차남이 만도기계 한라건설 한라공조를 분장하고
있다.

재계는 그러나 이번 현대그룹의 계열사정리 조치로 도리어 각 그룹들의
"주력분야 영역늘리기"가 치열해질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보고있다.

정부가 소유분산이 잘된 대기업그룹들에 대해선 출자제한을 없애는 한편
업종별 신규진입을 철폐키로 한 만큼 "관련다각화"를 내세워 영역확대에
다투어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그룹이 중공업을 앞세워 승용차분야에 진출한 데 이어 종합화학과
관련이 있는 정유업진출을 타진하고 있고 포항제철이 독점해 온 핫코일
분야에선 한보철강이 신규진출을 서둘고 있다.

<이학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