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년부터 원화와 함께 달러.엔.마르크등 외화의 국내통용을
허용키로 결정하고 이를 곧 발표할 예정이라 한다.

이는 자유화를 지향하는 외환정책에 따라 정부가 이미 발표한 외환집중제
폐지의 후속조치다.

외환집중제 폐지에 따라 민간개인의 외환소지를 자유화한 이상 그 사용도
자유화해야 이치에 맞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외화의 이같은 국내통용 허용조치는 국법에 의해 강제
통용력이 인정돼온 법화인 원화에 부여된 배타성을 부정하여 외화를 제2의
화폐로 인정함으로써 지금까지의 통화제도를 180도 바꾸는 대단한 개혁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통화주권의 침해 또는 통화관리의 어려움을 증폭시키는
조치라는 견해에다 환율변동리스크와 환산의 불편및 이태원같은 지역을
제외하고는 외화로의 거래에 아직도 익숙지못한 국내의 일반적 상관행을
이유로 외화통용조치에 선언적 의미만 부여하는 의견도 있다.

하기야 오래전에 외환이용거래를 자유화한 구미 선진국에서도 종래의
법화사용패턴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지적되기도 한다.

그러나 본란은 외화의 국내 통용허용방침이 경제의 개방화 국제화를 가속
시키는 자유화의 일환일 뿐아니라 통화정책을 원화가치유지에 중점을 두도록
방향전환시키는 것이 될수 있는 획기적인 조치라는 점에서 크게 평가해
마지 않는다.

이 새제도가 실시될 경우의 변화를 생각해보자.

사람들은 통용가능한 통화들중에서 되도록 가치가 흔들리지 않고 안정된
통화를 선호하는 대신 가치가 내려가는 통화는 아무도 사용.소유를 원치
않는다.

그 결과 안정된 "량화"가 가치의 하락을 가져온 "악화"를 추방하게
된다.

자국법화를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지 않게 하고 국민들이 외국돈을 자국
돈보다 더 선호하지 않게 하려면 자국통화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인플레로
돈가치를 떨어지게 하는 통화의 남발같은 방만한 통화정책은 포기할수 밖에
없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서 다시 되씹지 않을수 없는 것은 F A 하이에크의 소론이다.

1975년에 세상을 놀라게한 그의 선각적인 화폐발행자유화론
(Denationalisation of Money)은 화폐의 국가법정주의를 부정한 최초의
주장이기 때문이다.

각종 통화가 완전히 시장에서 자유화된 통화시장에서 매매되는 한, 중요한
것은 통화의 시장가격 즉 교환레이트이며 통화공급의 증감이라는 통화량
조정은 자국통화가치를 반영하는 통화레이트를 기준으로 하면 된다는
하이에크의 주장은 외화의 국내통용자유화를 계기로 우리 통화당국이
음미해볼만한 소론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