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악성 노사분규의 대표적인 업체로 지목됐던 대우조선 현대자동차등
대형사업장들이 노사화합 모범업체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들업체는 분규없이 임금협상을 타결짓는가 하면 근로자들이 앞장서
생산성 배가운동과 자사제품가두판매등에 나서는등 노사가 상호 협력적
차원에서 제역할 다하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매년 수십일간의 노조 파업으로 홍역을 치르던 이들 사업장을 이처럼
변하도록 만든 요인은 무엇인가.

노동전문가들은 회사측의 "노조끌어안기"노력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고
평가한다.

노조를 종속개념으로 보던 회사측이 대등한 노사관계에 바탕을 둔
신뢰구축에 힘써온 결실이라는 것이다.

지난87년이후 총파업과 근로자들의 분신등 극렬투쟁으로 89년 폐업위기에
까지 몰렸던 대우조선의 경우가 대표적인 케이스로 꼽힌다. 이 회사는
지난91년이후 4년동안 무분규로 노사협상을 마무리지었다.

노동운동구호만이 작업장을 지배하고 있던 지난90년 대우조선은 근로자
들의 투쟁분위기를 바꾸고 경영혁신을 이룩해 나가기 위해 "희망90S운동"
을 펼쳐나갔다.

경영 관리부문 뿐만 아니라 임금 복지 문화생활등 종업원에 대한 처우
까지도 세계1위로 만들자는 이운동은 과격노동운동에 집착해있던
근로자들의 의식을 생산성향상쪽으로 돌려놓는 계기가 됐다.

이 운동이 그동안의 노사간 갈등요인을 말끔히 해소시키고 화합의
디딤돌을 다진 셈이다.

대우조선은 이같은 노력으로 무쟁의 첫해인 91년 처음으로 7백90억원의
흑자를 올렸고 지난해에는 2천6백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심한 노사분규로 골머리를 앓았던 현대자동차는 지난해말부터
전성원사장을 비롯한 전임원이 "현장체험"운동을 벌이면서 노사간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노사관계안정을 위해선 신뢰를 바탕으로한 대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한 이회사 경영진은 지난해 노사분규이후 현장체험등을 통해
노사간 대화를 수시로 갖고 있다.

평소 외면과 무시로 일관해온 회사측의 근로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이 회사노조의 정순노정책실장은 "그동안 임직원들과의 대화는 주로
노사협상테이블에서나 가능했는데 이들 임직원이 현장체험을 하면서
근로자들과 스스럼없이 자주 대화를 나누다보니 노사화합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회사는 근로자가족 모두를 회사에 초정,현대자동차가족으로서의
일체감을 심어주었고 근로자들의 정서안정을 위해 지난89년이후 5년간
공장내부에 나무 6만그루를 심기도 했다.

회사측의 세심한 배려는 근로자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결국 올해를
분규없는 해로 기록되게 했다.

회사측의 끈질긴 노사화합노력으로 노사분규를 막은 사업장은 이밖에도
많다.

기아자동차의 경우 올들어 사장이 현장을 수시로 방문,근로자들과의
대화를 자주 갖는 것은 물론 현장에서 고충이 발생했을때 즉시 처리토록
하는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또 한달에 한번씩 경영현황설명회를 개최,회사에 대한 노조의 불신을
없애는 한편 김광순 공장장은 "현장서,현물에 입각해, 현실적으로 보자"는
삼현주의를 실현하기위해 공장장책상을 없애고 일선현장에서 근로자들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올해초 경인지역의 노사분규를 주도할 것으로 지목돼 노동부로부터
중점관리대상사업장으로 분류됐던 기아자동차가 단 하루만의 파업을
겪고 올해 임금협상을 마무리 지은것도 이같은 회사측 노력의 결실로
평가된다.

노동부의 최성오노사협력관은 "회사측이 노사화합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근로자들의 적극적인 생산참여없이는 국제화시대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한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노사화합은 상호간의
신뢰와 믿음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기설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