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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여년동안 한국경제의 경이적 성장을 이끌어온 두 수레바퀴는
피땀을 아끼지 않는 생산현장의 역군들과 굽힐줄 모르는 기업가 정신
으로 혁신을 일궈낸 기업경영인들이다.

이제 이들 경영인은 국제화를 주도하면서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견인해
나가고 있다. 우리 주요기업 경영진들은 누구인지, 어떻게 기업을
이끌고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탐구해본다.

< 편 집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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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1월15일 전북 완주의 전주3공단. 강추위가 몰아치는 이곳에서 삽질이
시작됐다. 올연말 완공되는 연산 7만대규모의 현대자동차 제2공장이다.

한겨울에 공사를 시작한 것도 그렇지만 기획단계에서 착공까지 적어도
2년정도가 걸리는 프로젝트를 현대자동차는 불과 3개월만에 성사시켰다.
완공시점까지를 따져봐도 불과 1년남짓한 기간이다.

현대자동차 경영스타일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언뜻 봐서는 조직적이지
않은 것 같지만 일이 주어지면 힘을 합해 일사천리로 밀어부친다. 어느
기업도 흉내낼수 없는 현대 특유의 조직력이다.

회사의 핵심적인 결정은 물론 정세영회장이 내린다. 공장건설 결정이
내려지면 전성원사장과 핵심중역들은 각기 맡은 분야에서 일사분란한
행동에 나선다.

자동차의 특성상 독자경영의 길을 걸어온 탓에 그룹 모기업인 현대건설
출신 임원이 거의 없지만 밀어부치는 스타일은 역시 현대방식이다.

판매 수출 기술개발 방식에서도 이러한 스타일이 그대로 나타난다.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계산적인 치밀함은 배어있다.

현대자동차는 매주 월요일에 간부회의, 목요일에 중역회의를 연다. 월말
에는 경영분석회의를 갖는다. 정회장은 특별한 일이 없는한 이회의에 꼭
참석한다. 회의분위기는 어느회사보다 자연스럽지만 대개 회사현황에대한
보고와 절충에 그칠뿐이다. 이자리에서 중요한 결정이 이뤄지는 일은
거의 없다.

핵심결정은 사안별로 정회장이 전사장과 담당중역을 불러 갖는 회의에서
나온다. 철저한 "톱다운(Top Down)"형태의 의사결정과정이다. 노관호
박병재 이충구 백효휘부사장 김뢰명기획실장등이 이과정에 자주 참여하는
인물이다.

물론 정회장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정회장은 핵심투자사업
인사등 큰틀만 짜줄뿐 나머지는 "참모형 사장"인 전성원사장이 핵심간부
들과 모든 것을 조율해 낸다.

전결권이 대거 하부로 이양돼 있어 1백억원짜리 장비구입도 본부장이
결정할 정도이다. 중역의 역할은 웬만한 기업의 대표이사에 버금갈
정도이다.

핵심결정이 톱다운형식에 의해 이뤄진다면 나머지는 집단지도체제에 의해
움직여진다고 봐야한다. 두둑한 배짱을 자랑하는 전사장이지만 결코
혼자서 결정을 내리는 법이 없다. 해당임원들과 함께 결정하는 것이
그의 특징이다.

해군중령 예편과 함께 현대자동차에 몸을 담으면서 "수출통"으로 불릴
정도로 해외진출에 힘써왔던 전사장은 미국시장의 구멍을 메워낸
엘란트라의 유럽진출이 지금 생각해봐도 참 잘했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그만큼 전사장은 앞을 내다보는 능력을 갖고 있다.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건설할때 모두 망한다고 했지만 정세영회장과 당시 기획실장겸 수출본부장
이던 전사장만은 자신이 있었다.

그것이 지금 현대자동차의 발판이 된 셈이다. 2000년대 세계10대 자동차
메이커로 떠오르겠다는 "GT-10계획"도 따지고 보면 전사장의 작품이다.
이같은 체제에서 전사장의 뒤를 받치고 있는 것이 7명의 부사장이다.

장낙용부사장. 수석부사장인 그는 정회장에게도 "죽어도 못한다"고
반대할 정도로의 소신파이다. 생산기술 전문가로 포니공장때부터 공장
건설에 참여했고 지금도 해외공장건설과 협력업체 품질문제에 관여하고
있다.

노관호부사장은 철저한 "내수판매통"이다. 1년간 울산공장장으로 외도한
적이 있지만 그외는 판매를 떠나본 적이 없다. 내수시장 50% 셰어유지의
독특한 판매노하우는 현장 챙기기에 있다.

공장장인 박병재부사장은 "자재통"이다. 부품업체들의 노사분규때도
적정재고를 유지해 부품재고부족에 따른 조업차질이 없도록 만들 정도로
치밀하다. 부품업체 직원들을 위해 무료자동화학교를 세웠으나 출석률이
떨어지자 수업료를 받아 1백% 출석토록할 정도로 강공법을 자주 구사한다.

김수중부사장은 당초 국내판매에 몸을 담아왔으나 지난89년 공장관리
본부장을 맡으면서 골치아픈 노사협상을 전담해왔다. 회사에서 누구나
떠올리는 그의 이미지는 "박식과 달변"으로 그의 언변은 노조도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이충구부사장은 타고난 엔지니어다. 포니설계를 맡은 이탈리아
이탈디자인에 파견돼 "찬밥대우"를 받아가며 어깨너머로 배운 그의 기술이
현대자동차 기술의 기반이 됐다. 첫 국산기술의 알파엔진과 엑센트개발도
그와 참모진들의 공으로 기술에 관한한 처음과 끝이 분명하다.

정몽규부사장은 정세영회장의 외아들로 지난88년 대리로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기획 자재를 담당하며 1주일에 꼭한번이상은 공장에
내려가 현장을 익히고 있다.

해외영업본부장인 백효휘부사장은 현대자동차에서 보기 드문 그룹사 영입
케이스이다. 지난85년 현대건설에서 옮겨온 그는 68년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 국내생활은 5년정도에 불과할 정도의 "해외통"이다.

현대건설 이란지사장시절 이란-이라크전쟁이 터졌을때 중장비를 모두
바지선에 실어 철수시키고 마지막 배로 사선을 넘은 일화는 유명하다.

이밖에 개성이 강한 전무급들이 있다. 엔진기어공장장인 한상준전무는
엔진기어의 공급물량이 부족하자 노조의 힘이 센가운데도 점심시간을
30분으로 줄일수 있을 정도로 근로자들의 가장 많은 신임을 얻고 있다.

이방주전무는 철저한 재무통이다. 5만대 포니시절부터 1백15만대 시설의
지금까지 내외자조달의 주역이었다. 특히 가장 회사가 어려웠던 지난
80년대초는 그가 아니었으면 극복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중론이다.

기획실장 김뢰명전무는 철저한 수출통이지만 기획능력이 뛰어나 지금은
회사중장기발전계획 추진을 담당하고 있다.

<김정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