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우회는 영등포고등학교 15회 졸업생, 그 중에서도 3학년 5반에서 동문
수학하던 몇몇 동지들이 그 당시 담임이셨던 이승희선생님(현 구룡중학교
교장)을 인생의 스승으로 추대, 사제간의 인정과 동기간의 우정으로 발족된
모임이다.

대머리인 까닭에 별명이 머리인 황규남(데이콤근무), 공군소령 예편후
KAL기장으로 있는 황장연, 육사대위 예편후 교통부에 근무하는 김학재,
박용현(우진상사 대표)씨와 선생님의 영향을 받아 교직에 있는 3총사 이붕균
(신흥고 교사), 장덕실(오류남국민학교 교사), 김덕환(배화여중 교사)씨,
그리고 필자, 이렇게 여덟명은 고3때 같은반 친구로 18년째 우정을 쌓고
있는 뗄래야 뗄수 없는 동지다.

처음에는 동기들간의 허물없는 우정을 교환하고 추억을 나누는 평범한
모임이던 것이 이승희선생님을 모시고부터 우리모임의 성격이 바뀌기
시작했다.

지난봄, 자연을 벗삼아 강화도로 나들이 길에 올랐던 우리들에게 선생님은
쉽게 지나치기 쉬운 유적에 대하여 낱낱이 설명을 해주셨고 이로인해
우리는 새로운 재미에 흠뻑 젖어들었다.

흔히 여행이라면 겉모습만 대충 훑어보고 그저 즐기며 돌아다니는
것쯤으로 알았던 우리는 이 일을 계기로 6개월에 한번씩 선조의 발자취가
서린 유적지나 옛 전설의 고향을 찾아 나서기로 마음을 다부지게 먹게
되었다.

그동안 일요일을 이용하여 찾았던 곳이 이제 제법 손가락으로 헤일만하다.
행주산성 남한산성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줄 모른다"는 전설이 어린
충북 괴산의 선유계곡, 자린고비의 배경이 되는 충북 단양의 장금등을
다녀왔다.

이끼 낀 성곽과 이름모를 암자의 뜰을 밟으면서 선생님이 풀어내시는
야사와 전설을 듣다보면 지난주일의 피로는 씻은듯이 사라지곤 한다.
여행지에서 맛볼수 있는 계절의 풍취는 차라리 그 다음이다.

유적지 탐사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스승과 제자가 흉금없이 어울려
나누는 막걸리 사발에서는 그 옛날 고3시절의 추억이 뭉게뭉게 피어난다.

우리가 다음 탐사지로 계획하고 있는곳은 동학혁명의 함성이 채가시지
않은 유적지들.

"쉰들러 리스트"라는 영화의 히트로 쉰들러가 살았던 지역이 유명한
관광명소로 떠오르는 마당에, 동학혁명 1백주년을 맞는 올해에 어찌 그냥
지나칠수 있겠느냐는 선생님의 제안 때문이다.

오로지 공부와 시험에 몰두해야만 했던 고3시절, 1년 남짓한 그 짧은
인연을 이렇듯 평생토록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유산으로 승화시켜준 이승희
선생님과 동기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