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쪽 총리가 대쪽 소신을 지키다 중도하차했다.

지난해 12월 쌀시장 개방여파속에 총리에 오른 이총리는 김대
통령의 절대적인 신임속에 내각을 장악한 실세 총리의 행보를 보
여왔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취임 1개월도 안돼 낙동강 수질오염사건이 터지면서 국
민에게 사과한 것을 시작으로 시현이 닥쳐왔다.
당시 그는 "과거에도 사고 발생 때마다 대책을 내놓았지만 우선
급한 불을 끄고 보자는 식의 겉치레 행위인 것이 많았던 것이 사
실"이라면서 "그러나 이번에는 그런 겉치레 행위가 안되도록 국무
총리로서 결연한 의지를 갖고 추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같은 사과를 하면서도 과거 총리와는 다른 수사를 사용해 자신의
소신의 알단을 유감없이 보여준 것이다.대법관시절에 가장 많은 소
수 의견을 낸 소신을 보인데다 감사원장때는 대통령도 못말릴만큼
원리원칙을 강조해 대통령도"못말리는" 총리였다.그리고 그런 강직
성이 총리 발탁의 배경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쌀시장 개방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결과적으로 정부는 국민과의
약속을 어겼다"면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했다.

그는 개혁과정에서도 공무원들에게 "개혁을 무서워 하거나 기피
하지 말라"고 했고 이번 안보정책 승인지시도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취임때부터 "통과의례"적인 역할에만 머물지 않겠다고 밝
혔고 넉달남짓한 기간동안 그 역할을 지키려고 애썼으나 주변상황
은 반드시 그렇게만 돌아가지 않았다.

UR 이행계획서(C/S) 관련 대국민사과담화발표 이후 저간의 과정이
나 청와대의 "공무원전문인력 강화방안 발표, 그리고 결정적으로 문
제가 된 통일안보조정회의에서 보듯 그동안 이총리가 내각차원에서
뭔가 일을 해볼려면 청와대 비서진등에서 먼저 선수를 치는등 "한계"
를 실감해야 했다.

특히 "법적 근거도 없는"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의 배재 과정에서 그
의 "대쪽"기질은 다시 발휘됐다.소신으로 일하다 그보다 더 막강한 김
대통령의 "소신"에 밀려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