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라는 것은 앞을 내다보면서 구상하는 것이다. 따라서 예견력이
중요하다. 당장 코앞에 닥쳐야 비로소 허둥댄다면 이는 정책이 아니라
대책이다.

또한 정책은 항상 국민들에 대한 설득과 지도를 함께해야 한다. 왜냐하면
정책은 멀리보며 구상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책초기에는 일반국민들의
이해가 부족할수도 있고 반발할수도 있다. 따라서 정책당국자들의 소신과
지도력, 그리고 설득이 중요하다.

우리사회에는 그동안 정책은 적고 대책이 많았으며 소신에 찬 "대국민
설득"은 적고 책임회피적인 "대국민 변명"이 많았다.

지금 우리가 올바른 정책을 세우고 추진하지 않으면 멀지않은 장래에 또
허둥대며 대책을 만들어야 하는 문제중의 하나가 바로 우리나라 노동관계법
의 개정문제이다.

국제화 세계화란 무엇인가. "규범의 국제화". 환언하면 "법과 제도의
국제화"를 의미한다. 이제는 소위 국제화된 국제수준의 경기규칙속에서
국외경쟁뿐 아니라 국내경쟁도 할 각오를 해야한다. 그렇다면 국제화
세계화 운운하면서 규범의 국제화를 지연시키고 거부하는 것은 자가당착이
아닌가.

모든 경제법규와 기업 금융 통상규범등을 국제화하겠다고 하면서 노동규범
만은 못고치겠다고 한다면 이는 분명 시대착오적이다.

노동관계법을 개정하여야 한다. 정부가 그동안 소극적이던 노동법 개정
문제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크게 환영할 일이다.

우리의 노동법을 ILO의 기준이나 유럽연합(EU)의 사회헌장등을 참고하여
국제수준의 규범으로 바꾸어야 한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정정당당한
노동관계법으로 만들어야 한다. 사실 몇몇 부분만 개정하면 이미 상당히
선진수준에 달한 노동법을 우리는 가지고 있지 않은가.

노동관계법의 개정은 블루라운드(BR)가 다가오기 때문에 마지못해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세계화전략의 일환으로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규범을
국제화하여야 의식이 국제화되기 때문이다. 노.사.정관계속에 아직 남아
있는 많은 전근대적 관행과 사고를 바꾸기 위해서이다.

첫째 "올바르고 강한" 노조를 육성할수 있게 노동조합법을 개정해야
한다. 비노총계 노조를 무한정 장외에 머무르게 하는것은 한마디로 정책
빈곤이다. 복수노조를 인정하여야 한다. 뿐만아니라 제3자 개입금지도
철폐하여야 하고 노동운동의 정치활동도 인정하여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은
극제노동법의 ABC이다.

둘째 공무원 국공립학교교사 정부투자기관 정부출연기관등을 포함한
공공부문의 노사관계를 통일적으로 일관성있게 규율할 "공공부문 노사
관계법"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이 분야에서 노동조합의 조직과 활동을 인정하는 방향에서 그
명칭 역할 활동범위등을 합리적으로 규율할 규범이 필요하다. 이 문제도
미리 전향적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반드시 허둥대는 시기가 올것이다.

셋째 노동위원회를 노동부에서 독립시키고 그 위상을 대폭 강화하여야
한다. 동시에 전문성과 공정성을 크게 높여야 한다. 노사관계는 공정한
룰과 합리적인 원칙을 가지고 규율해 나갈 생각을 해야한다. 행정편의에
따라 수시로 원칙과 방향이 바뀌어서는 안된다.

결국 노사간의 갈등문제는 앞으로 전문성과 공정성을 갖춘 노동위원회에서
전담하고 노동부는 인력개발과 활용, 우리나라 인력의 정보 기술 기능 지식
수준을 높이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

넷째 노사협의회법을 대폭 개정하여 노사협의제가 명실상부하게 노사간
정보공유 의견교류의 장 공동협의 공동결정 공동책임의 장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노사간 이해의 대립"을 전제로하는 단체교섭제도 만으로는 국제화 세계화
시대에 충분히 대처할수 없다. "노사간 이해의 공동"을 전제로 노동자참여와
노사간 협력을 조직화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노사협의제이다.

클린턴정부출범이후 미국은 국제화 세계화시대에 대비하기 위하여 노사
협의제의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데 우리는 이미 가지고 있는 노사협의제도도
제대로 활용할 생각을 하고있지 않다. 안타까운 일이다.

서둘러 노동관계법의 개정안을 준비하여 광범위한 여론과 전문가의견의
수렴과정을 거쳐 이번 가을 정기국회때는 반드시 신노동관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노동관계법의 개정은 정치적으로는 분명히 "뜨거운 감자"이다. 모두가
피하고 싶어하는 과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과제는 우리사회의 국제화
세계화를 위하여 반드시 풀어야할 개혁과제이다. 따라서 이 시대에 국민은
정치지도자 행정책임자들에게 더욱 탁월한 경륜과 소신, 그리고 출중한
용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