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창 희 <서울시립대 교수 / 조각가>

경부고속도로가 4차선시대에 들어선지도 곧 일년이 된다. 고속도로를 이용
하는 동안 110km 전후한 비숫한 속도의 차들이 4개차선을 가득 메운채
달리는 상황을 체험한 운전자는 많을 것이다.

고속도로에서의 운전얘기가 나오면 많은 사람들이 으레 과속을 문제
삼는다. 그러나 나는 견해가 다르다.

4차선 고속도로에서라면 1차선은 프랑스를 비롯한 선진국 고속도로들처럼
150km 정도로 달릴수 있어야 하고 그정도 속도를 낼수없는 차들은 아예
1차선에 들어서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고속도로가 명실공히 제기능을
할수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차선은 120km 이상 셋째차선은 100km 넷째차선은 80km 전후의 차들이
달려야 합리적일 것이다. 이처럼 차선별로 속도를 차별화하지 않은채
일률적으로 100 ~110 km로 제한속도를 규정하고있는 현재의 불합리한
제도는 하루속히 현실에 맞도록 재조정되어야 한다.

실제로는 소형승용차들도 130~140 로 아무 문제없이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제한속도를 지키다보면 거의 대부분의 차에게 추월을 당하거나 차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뒷차들로부터 곤욕을 당한다.

뿐인가. 추월차선은 차들로 막혀있고 그러다보니 정히 급한차의 경우
네번째 차선의 빈곳으로 추월하는 진풍경을 고속도로 순찰경찰차들이
그대로 보고있는 상황이 아닌가.

문제는 또 있다. 건전한 시민으로서의 양식이나 운전자의 기본상식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점이 그것이다.

조금만 신경써서 차를 대놓으면 다른 운전자가 쉽게 지나갈 길에
어중간하게 차를 세워놓음으로써 어렵고 힘들게 통과하도록 해놓고도
교정을 요청하면 "지나갈수 있는데 무슨 잔소리냐"고 덤비는 운전자들을
자주 본다.

모퉁이에서 위험한 순간을 맞거나 추돌사고가 나면 양쪽 모두에게 똑같은
책임이 있는데도 자기는 정당하고 상대가 잘못했다고 인상쓰고 덤비는
운전자 또한 많다.

한대밖에 지나갈수 없는 좁은 길에서 두대의 차가 마주쳐 어느쪽인가 먼저
후퇴해 비켜가야할 상황에서 자신은 꼼짝도 않고 상대에게만 양보를
요구하는 철면피한 운전자 역시 적지않다.

우리 민족은 멱살잡이 싸움을 하며 살아왔다. 멱살잡이 싸움판에서는 설사
문제가 생겨도 죽는자가 없다.

총을 가지고 싸움을 해온 민족들사이에서는 능력이 부족하면 그자리에서
죽는다. 또 정당하지 않으면 어느순간 누구총에 맞을지 모른다.

모든 사람의 혈압을 높이는 자동차문화는 이제 개선돼야 한다. 총을 들고
싸워야하는 상태로 살지 않아왔다고 하더라도 현재처럼 건전한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일이 계속되는 것은 곤란하다.